국내 조선사들이 여전히 험난한 실적 보릿고개를 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하투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회사의 경영난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는 올 상반기 전년대비 개선된 수주실적을 기록했지만 아직 회복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선박 부문에서 연달아 수주를 거두며 선전했지만 해양플랜트 수주가 전무했던 게 주 원인이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포함)은 올 상반기 조선‧해양 부문에서 56억 달러의 수주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연간 수주목표 148억달러 대비 38%에 불과하다.
82억 달러를 올해 수주목표치로 제시했던 삼성중공업은 상반기 23억 달러, 목표치 대비 28%의 수주를 거두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는 등 파업을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중공업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상에 대한 쟁의조정 신청에 대해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현대중공업이 파업에 들어가면 2014년 이후 5년 연속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호봉 승급분 별도), 자기계발비 10시간분 추가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노조 요구안을 수용할 경우 4400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가동을 중단하는 등 경영 상황이 극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회사측은 임금동결과 함께 경영정상화 때까지 기본급 20%를 반납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는 회사가 감당할 수 없는 요구안을 내세우고 일단 파업부터 하겠다는 낡은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며 “파업권을 확보했더라도 남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노조도 파업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달 민주노총 산별 조직인 금속노조에 가입한 이 회사 노조는 지난 3일 93.4%의 찬성률로 파업안을 통과시켰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지난 2일 쟁의조정 결과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쟁의권도 얻게 됐다. 노조는 오는 10일 17차 단체교섭에 앞서 투쟁선포식을 갖고 사측을 압박할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6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지만 아직 자구계획안 이행을 마무리짓지 못한 상태다.
이를 위해 사측은 올해 10%의 임금 반납과 상여금 분할 지급 등을 제안한 상태다. 반면 노조는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것은 경영정상화를 이룬 것이라며 기본급 4.11%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이 아직 경영정상화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노조의 요구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우조선 노조는 채권단으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며 ‘파업 등 쟁의를 않고 자구계획에 동참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한 바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서약서를 외면하고 다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만약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뿐더러 국책은행의 강경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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