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세계 경제에 '재앙' 무역전쟁 과거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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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07-0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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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공황 심화, 2차 대전 자극한 1930년대 무역전쟁 그림자

  • "모두 패자" 전면전 땐 2년 내 세계 경제 1.4% 위축 경고도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주보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경제 양강(G2)인 미국과 중국이 끝내 전면적인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전문가들은 이번 무역전쟁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받을 충격을 우려하는 이들은 무역전쟁의 결과는 재앙뿐이었다고 경고한다.

◆보복 악순환 '재앙' 부르는 무역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관세 공세는 미국 허버트 후버 행정부가 1930년대에 일으킨 세계 무역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이 1930년 제정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에서 비롯된 당시 세계 무역전쟁은 대공황을 가속화하며, 세계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

1920년대의 미국은 '포효하는 20년대'(Roaring Twenties)라고 불릴 정도의 호황기였다. 국부가 2배 커지는 동안 증시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1929년 10월 일어난 뉴욕증시 폭락 사태, 이른바 '검은 목요일'과 '검은 화요일'의 충격은 엄청났다. 대공황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미국이 이때 제정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원래 농업을 보호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불황의 골이 점점 깊어지면서 관세품목이 무려 2만여개로 늘게 된다. 1921~1925년 평균 26%였던 관세율이 1932년 59%를 넘어섰다. 관세, 수입제한, 환율통제를 비롯한 보호무역 조치가 총동원된 보복이 뒤따랐다. 세계 무역전쟁이 터진 셈이다.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글로벌 무역을 급격히 위축시켰다. 전 세계 무역 규모는 1929~1934년 66% 줄고, 국내총생산(GDP)은 1929~1932년 15% 감소했다. 미국도 수출입이 모두 절반 넘게 쪼그라들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1930년 8%였던 실업률이 1933년 25%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당시 무역전쟁이 대공황을 가속화하고 2차 대전의 불씨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경제난이 나치 같은 극단주의 세력의 부상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현대 무역협정의 시초로, 영국과 프랑스가 1860년 맺은 '콥든-슈발리에 협정'(영불 통상조약)도 프랑스가 1892년 '멜린 관세'를 부과하면서 파국을 맞았다. 영국과 프랑스는 관세를 낮추기로 한 콥든-슈발리에 협정을 통해 한때 수출량을 2배나 늘렸지만, 프랑스의 보호무역 조치로 대가를 치러야 했다.

1871년 통일을 이룬 이탈리아가 프랑스의 보호무역을 부채질했다. 이탈리아가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해 프랑스와 맺은 무역협정을 1886년 파기하자, 프랑스가 맞불을 놓으면서 유럽에서 보복의 악순환이 본격화했다. 그 사이 이탈리아는 프랑스 대신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가까워져 1차 대전의 한 축인 3국 동맹을 이룬다.

◆무역전쟁 확전일로···"금융위기보다 큰 충격"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최신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양쪽에 자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 전선을 계속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방위 공세 아래 보복의 악순환이 불가피해 트럼프발 무역전쟁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글로벌 무역전쟁의 폭탄관세 표적이 1조 달러대로 커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폭탄관세 표적을 계속 확대하고, 수입산 자동차 등을 새 표적으로 삼을 태세이기 때문이다.

전면적인 글로벌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에 얼마나 큰 충격을 줄까.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2차 대전 이후 확립된 자유무역질서를 기반으로 성장한 만큼 무역전쟁으로 국제 교역이 위축되면 전보다 훨씬 큰 파장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의 존 노먼드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국발 무역전쟁의 결과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했다. ①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고 보복이 없는 경우 ②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고, 미국 무역상대국들이 미국산 제품에 똑같이 10%의 관세로 보복하는 경우 ③전 세계가 모든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경우 등이다.

JP모건은 최악의 경우 세계 GDP가 2년 안에 1.4%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①·② 시나리오도 각각 0.2%, 0.4%의 GDP 감소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고 온 2008~2009년 경기침체기에도 세계 GDP 감소폭이 1%도 안 됐던 걸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충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최신 보고서에서 트럼프발 글로벌 무역전쟁이 최대 2조 달러 규모의 전 세계 교역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봤다. 수입품 가격이 35~40% 올라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역전쟁에는 결국 승자가 있을 수 없다는 게 피치 보고서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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