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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고위급 회담에서 핵심 쟁점인 '비핵화'를 두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향후 협상의 기본 틀을 마련하는 성과는 거뒀지만, 합의이행 방법과 관련해선 서로 다른 셈법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향후 협상이 험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폼페이오 “비핵화 포함 모든 이슈서 진전”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1박2일간의 일정을 마친 지난 7일 평양을 떠나면서 비핵화 문제가 '복잡한 이슈'라면서도 "거의 모든 핵심 이슈에 대해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진전을 이뤘다”고 언급하면서 향후 비핵화 시간표 설정 등에 대해 긍정적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나왔다.
특히 이번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가진 이틀간의 회담은 6·12 정상회담 이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하기로 한 약속에 따라, 북·미 정상 공동성명 이행의 첫발을 뗀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또 회담이 끝난 직후, 북·미가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워킹그룹을 구성키로 하면서 정상성명의 구체적인 이행 협의를 위한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이번 접촉에서 북·미 공동성명 이행 방법을 놓고 양측의 인식과 셈법이 다르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났고, 핵심 현안인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현실화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전을 이뤘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지 몇시간 되지 않아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일본으로 향한 후인 7일 저녁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핵화 요구만 했으며,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강하게 표시했다.
북한 외무성은 "우리는 미국측이 조·미 수뇌상봉(북·미 정상회담)과 회담의 정신에 맞게 신뢰조성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기대하면서 그에 상응한 그 무엇인가를 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종전선언,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미군 유해 발굴 협상 등을 거론하며 "이번 회담에서 공동성명의 모든 조항들의 균형적인 이행을 위한 건설적인 방도들을 제기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측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신고, 검증 등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는 북한의 외무성 담화는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한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을 반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핵화 방식·시간표 등 '온도차' 여전···비핵화 협상 '산넘어 산'
이번 협상에서 핵심 이슈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긴 했으나, 비핵화 방식이나 시간표 등을 두고는 여전히 온도차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방북 협상에서 미국 측은 '비핵화 우선주의' 인식을 드러내면서도 북한의 최대 관심사인 체제안전보장 등과 관련해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카드'를 내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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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협의 후 동행한 자국 기자들에게 한 말과 8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후 행한 기자회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비핵화 시간표 진전' '최종 비핵화 시까지 제재 유지'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다시 말해 북한으로선 미국으로부터 '상응조치'를 받지 못한 셈이다.
◆북, '주도권 확보' 전략이냐 '시간끌기' 전략이냐
이런 움직임은 향후 협상에서 북한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측면도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앞둔 시점에 담화를 발표한 점도 이 같은 효과를 누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해 조속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미국과 달리, 북한이 시간끌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고 또다시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논리는 비핵화를 결심한 상황에서 그것을 이행할 '명분'을 달라는 것"이라며 "적대관계 해소의 첫 조치를 종전선언으로 규정하며, 종전선언까지는 해줘야 비핵화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 외무성 담화는 조속한 비핵화를 위한 신고와 검증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향후 비핵화 협상이 험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북·미 모두 판을 깰 생각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7일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다시 대화하지 않겠다'는 등의 말은 하지 않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며 "대화는 계속한다는 기조로, 이번에 자신들이 느낀 바를 대외적으로 확인시키기 위해 담화를 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북·미가 이번 협상에서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하고,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2일 판문점에서 회담을 열기로 한 점 등은 향후 추가 협상을 통해 의견조율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북한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정전협정체결 65주년(7월 27일)을 계기로 한 '종전선언'을 미국에 제안한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북·미가 후속 협상에서 이와 관련해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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