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모임’ 안 한다지만…여전히 짙은 여야 ‘계파정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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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18-07-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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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 '부엉이' 논란 끝 결국 해산

  • 한국, 또 공천권 갖기 주도권 싸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재인계 모임인 ‘부엉이’가 계파주의 논란 끝에 해산을 선언했다. 부엉이 모임 소속 의원들은 “단순한 친목”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결과적으로 당내 친문과 비문을 구분 지은 셈이 됐다.

자유한국당 역시 계파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상 초유의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친박근혜계와 비박계 의원 간 갈등이 심해져 분당설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에서부터 한국 현대 정치사에 계파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공천권’을 쥐기 위한 계파 간 싸움이다. 계파 정치가 인물을 중심으로 한 패권 정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 노무현 정부 출신 의원들은 ‘뼈문’?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부엉이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과 문재인 당 대표 시절 영입 인사로 구성돼 있다. 전해철 의원이 좌장을, 황희 의원이 간사를 맡았다. 강병원·고용진·권칠승·전재수 의원 등도 핵심 멤버다. 최근에는 세를 확장해 4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것은 이들이 모임에서 차기 당 대표 후보 단일화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차기 당 대표는 2020년 총선에서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다. 그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권리당원이 핵심이다. 전당대회 룰에 따르면 전국대의원투표 45%,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국민여론조사 10%를 합산해 결정된다. 권리당원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친문 세력 모임이 단순히 식사 모임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 같은 논란이 일자 부엉이 소속 의원들은 수년 전부터 있었던 모임이라고 해명했다. 전 의원은 “조직적 실체가 있는 게 아닌 친목 모임”이라며 “몇 년간 해왔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가 (전대를 앞두고) 민감하게 문제 제기를 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야권은 물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표창원 의원은 “모든 사적 모임의 해체를 촉구한다”며 “좋은 취지이겠으나 필연적으로 인사나 청탁 등과 연계할 우려가 있고 불필요한 조직 내 갈등의 빌미가 된다”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처럼 망하는 길”이라고 일갈했다. 결국 부엉이 소속 의원들은 “이제 밥도 같이 안 먹겠다”며 해산을 선언했다.

◆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듯해”

한국당 역시 계파 싸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방선거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성중 의원의 메모가 도화선이 됐다. 비박계인 박 의원 휴대폰에 메모된 ‘친박 핵심 모인다’ ‘세력화 필요’ ‘목을 친다’ 등의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보수 분열을 책임져야 할 김 의원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일종 의원은 “한국당에 남아 있는 마지막 계파를 없애야 한다”며 “김 의원이 탈당하면 한국당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는 당 쇄신을 이유로 들지만 이 역시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을 갖기 위한 주도권 싸움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은 한나라당 시절부터 친이명박계와 친박계가 공천권을 두고 끊임없는 경쟁을 벌였다. 친이계는 정권을 잡은 후 18대 총선에서 친박계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켰고, 19대 총선에서는 친박계가 친이계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친문 모임인 부엉이와 한국당 계파 갈등은 엄밀히 따지면 결이 다르다. 전계완 정치평론과는 본지 통화에서 “친박계는 박 전 대통령과 교감하면서 당을 어떻게 움직여가는 것이 좋을지 논의했던 수직적 체계를 갖고 있었다”면서 “부엉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정당 내 계파는 당연…정당 뿌리 흔들어선 안 돼”

대한민국 정당 정치에서 계파는 필연적이다. 전 평론가는 “정당 내 다양한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하나의 상징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라며 “다양성 측면에서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계파가 당 위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전 평론가는 “계파가 정당의 기능 자체를 마비시킬 정도로 영향력이 커져서는 안 된다”면서 “정당의 뿌리를 흔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계파 간 다툼은 분당 사태를 초래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비문 세력이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비박계는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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