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역전쟁 전략은…'미국 VS 세계' 강조·美 내부균열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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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7-0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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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산물 등 핵심 타깃, 트럼프 지지기반 공략

  • 리커창 "中 자유무역 수호", 국제 지지 호소

  • 삼국지·수호지 동원 美 비판, 내부 결속 강화

[그래프= 아주경제 김효곤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중국의 전략은 명확하다. 미국 측의 약점을 파고들어 내부 균열을 유도하는 한편 국제 사회의 지지를 등에 업고 대미 압박 강도를 높여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삼국지와 수호지, 예기(禮記) 등 중국 고전에 등장하는 문구를 총동원해 미국을 비판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행보도 보이고 있다.

◆임전무퇴 의지, 美 '약한 고리' 공략

8일 싱가포르 연합조보 등에 따르면 중국 세관당국은 지난 5일부터 주요 항만에 들어온 미국산 수입품의 통관 작업을 중단했다.

지난 6일 미국이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를 발표하기 전부터 이미 대응에 나섰다는 의미다.

미국 측 피해도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산 대두 7만t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화물선이 6일 오후 다롄항에 입항하면서 4000만 위안(약 67억원)의 관세를 추가로 물게 됐다.

무역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미국산 돈육과 대두 등 농산물의 수입 통관 절차가 강화되거나 아예 중단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메이쉬룽(梅旭榮) 중국농업과학원 부원장은 "중국의 보복 관세 부과로 미국산 농산물의 대중 수출량이 40%가량 줄고 가격 경쟁력도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산품도 마찬가지다. 중국 상무부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이 관세를 매기기로 한 34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 가운데 59%에 해당하는 200억 달러어치를 중국 내 외자기업이 생산한다. 미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 비중도 상당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팜 벨트(중서부 농업지대)'와 '러스트 벨트(북동부 공업지대)'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미국의 내부 갈등 확대를 겨냥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국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국민들은 초조해 하며 농민들은 생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며 "무역전쟁이 미국 제조업의 회생과 일자리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백악관의 설명에 의문이 든다"고 비꼬았다.

[사진=바이두 캡처]


◆反보호주의 외치며 대동단결 호소

미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국제 사회와의 공조 체제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시작되자마자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미국의 보호주의는 글로벌 경제의 가치사슬을 짓밟는 행위이며 미국 기업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며 "자신의 경제 패권을 위해 관세를 무기로 무역 파트너를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최고지도부도 전면에 나섰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6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보이코 보리소프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하며 보호주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중국은 자국 이익을 지킬 뿐 아니라 WTO의 권위와 자유무역 규칙을 수호할 것"이라며 "외부 상황과 상관없이 개혁 및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같은 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오스트리아 빈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중·러 간 공조 방침을 재확인했다.

왕 국무위원은 "다자주의를 견지하고 국제 질서와 양국의 공동 이익을 지켜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자신감 내비치며 내부 결속 다지기

중국은 미국보다 경쟁 우위인 요소가 많아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해 피력하고 있다.

리융(李永) 중국국제무역학회 부주임은 "중국은 무역전쟁에서 반격에 나설 수 있는 강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정적인 경제성장률 △광활한 내수시장 △균형 잡힌 산업 포트폴리오 △충분한 혁신 역량 △뜨거운 창업 열기 △첨단산업 발전 △글로벌 경제 내 위상 △의사결정 구조 일원화 등 8가지를 근거로 제시했다.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과정에서 중국 고전의 다양한 문구를 활용하는 방식도 눈길을 끈다.

중국 주요 언론은 "상대의 방문에 답방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來而不往非禮也)"라며 예기의 한 구절을 빌려 대미 보복 조치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미국의 압박 때문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양산박으로 도망쳤다(逼上梁山)"며 소설 수호지의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아울러 무역전쟁은 "쌍방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양패구상(兩敗俱傷)"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패구상의 고사는 전국시대의 다양한 책략을 한데 모은 '전국책'에 등장한다.

중국의 유명 온라인 논객인 뉴탄친(牛彈琴)은 펑파이(澎湃)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 40년 동안 개혁·개방을 추진한 중국은 예전의 여몽(吳下阿蒙)이 아니다"라며 삼국지 속 내용을 언급했다.

학문을 닦으라는 오나라 군주 손권의 질타에 자극을 받아 전과 다른 지략가로 거듭난 여몽의 사례처럼 중국도 이번 시련을 넘기면 장기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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