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쉬운 뉴스 Q&A]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왜 논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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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기자
입력 2018-07-1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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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 여부 선고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에 대해서는 합헌, 대체 복무제가 없는 병역법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에서 지난달 28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판결이 나온 이후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를 병역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현행 병역법 5조가 헌법에 불합치한다며 이를 개정하라고 판시했습니다.

2019년 말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2020년 1월 1일부터 병역법 5조는 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가 군 복무 기피자들의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부터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Q. 양심적 병역거부가 왜 시기상조인가요? 

A. 글쎄요. 왜 시기상조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대체복무제가 정부 차원에서 처음 논의됐던 것은 2007년 참여정부 말기입니다. 정부가 대체복무제 안을 거의 완성했었죠. 당시 국방부도 소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대체복무를 ‘사실상 허용’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년 12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이 헌법과 국제규약상 양심의 자유와 자유의 보호 범위 안에 있다’며 국방부 장관 등에게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했고, 헌법재판소도 2004년 8월 ‘국가적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우리 사회도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2008년 대체군복무제 도입 ‘찬성’ 의견(44.3%로)이 ‘반대’ 의견(38.7%)을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 국회의 대체복무제 도입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16대부터 19대 국회까지 여러 의원이 입법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폐기됐습니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역시 여러 의원이 법안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지난 십수년간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까요.

Q. 기간과 대체복무 강도는 어떻게 정하나요? 

A. 당연한 말이지만 현역복무자와 대체복무자 사이에 복무의 난이도나 기간과 관련해 형평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과해서도 안 되겠죠. 국제사회에서는 1.5배 이하를 복무 기간 표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럽평의회는 2008년 “군 복무의 1.5배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권고했습니다. UN 인권위원회가 1998년 결의한 “대체복무는 징벌적 성격이 아니어야 한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현재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는 나라를 보면 스웨덴·덴마크·이스라엘은 현역과 같고 에스토니아 1.1배, 스위스·오스트리아·리투아니아는 1.5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초과하는 나라는 그리스(1.7배)와 핀란드(2배)밖에 없습니다.

복무 강도는 복무형태별로 차이가 있겠으나 결코 현역보다 낮지 않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군에 입대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지 사회를 위해 일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Q. 양심을 어떻게 심사할 수 있나요? 

A. 네. 어렵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법학, 철학, 심리학 혹은 사회과학 교수, 정신과 의사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구성, 서면심사와 대면심사 등을 통해 대체복무자를 선별합니다.

예컨대 심사위원회가 대체복무 신청자의 △종교단체 활동 기간 △반전 시위 참여 등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사회경력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식입니다. 필요에 따라 주변인의 증언을 듣기도 합니다.

대체복무가 결정된 뒤 허위로 판명이 되면 대체복무는 곧바로 취소됩니다. 나아가 대체복무를 마친 후 계속해서 심사를 받기도 합니다. 현역보다 긴 복무 기간과 높은 복무 강도를 고려할 때 대체복무를 선택한 것 자체가 양심의 증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Q. 그럼 나라는 누가 지키나요? 

A. 이 물음에 답하기에 앞서 병역을 왜 꺼리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숨 막히는 규율, 부당한 얼차려, 얼토당토않은 부조리,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만 군대에 끌려간다는 부정적 인식 등 여러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군대와 우리 사회는 그동안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대체복무제 도입은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복지와 인권 등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병영문화를 정착시키고 사회적 지위나 재산 규모와 무관하게 병역 의무를 이행한다는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의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것은 최소 필요조건입니다. 군대가 기본적으로 자유가 박탈당한 곳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젊은이들이 군에서 자발적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여러모로 비슷한 대만이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후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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