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부 지역에 내린 폭우로 130여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실종돼 수색 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폭염 주의보가 내려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피해가 확산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위기 대처 능력이 3연임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폭우 이어 폭염 주의보..."최소 124명 사망·60명 이상 실종"
NHK는 10일 보도를 통해 이날 호우 피해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은 전날에 이어 30도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대피소에서 생활하거나 복구 작업에 투입될 경우 열사병에 주의해 달라고 보도했다. 수분 섭취를 자주 하거나 휴식을 갖는 등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전날인 9일 에히메 현(愛媛県)의 오즈 시(大洲市)와 우와지마 시(宇和島市)의 낮 최고 기온이 각각 34도와 31도, 히로시마 시(広島市)가 32도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일에는 우와지마 시가 34도, 히로시마와 오카야마 등이 33도 수준으로 올라 전날 수준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이 각기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10일 오전 2시 기준 사망자는 최소 124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 총무성 소방청 등의 통계에서는 호우로 인해 사망자가 100명을 넘는 것은 지난 1983년 7월 시마네 현(島根県) 등에서 발생한 집중 호우로 112명이 사망한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실종자도 언론사에 따라 60~80명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종자에 대한 수색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생존율이 크게 낮아지는 72시간을 넘기면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1개 현 26만 7000가구에 수도 공급이 중단됐고 피난 시설에 머무는 인원도 2만 3000여명을 넘긴 상태다.
◆ 공장 가동 중단 장기화 조짐...아베 총리 대응 비판론도
고속도로의 통행 중단에 따르면 물류 수송 차질, 공장 침수 피해로 인한 주요 기업의 공장 가동 중단 조치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회사인 마쓰다와 다이하쓰공업 등은 물론 전자회사 파나소닉도 서부 지역에 위치한 공장의 가동을 잠정 중단했다. 조업 중단이 길어지면 올해 생산 계획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반세기만의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번 폭우의 피해가 확산되면서 아베 총리의 위기 대응 능력이 3연임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폭우 피해 수습을 명분으로 11~18일 예정돼 있던 유럽과 중동 방문을 전격 취소했지만 사후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기상청 예보에 따라 15만명에게 피난 지시를 내렸던 지난 5일 밤 중의원 의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던 사실이 공개된 데다 집중호우가 시작된 지 사흘만인 8일에서야 비상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한 점도 미흡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집권한 2012년 이후 1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응이 늦어져 피해가 커지면 총리 책임론이 불가피하다. 특히 폭우로 인한 피해 복구가 이뤄지기도 전에 8호 태풍 '마리아'가 일본 남부 오키나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예보가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3연임 가능성을 좌우할 9월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