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막내 딸내미가 된 석유범벅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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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7-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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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석유범벅인 채 길가에서 발견됐던 고양이의 3개월 뒤 달라진 모습이 흐뭇하게 하고 있다.

오동통한 몸매에 동그렇게 눈을 뜨고 혀를 빼꼼 내밀어 집사를 응시하는 귀요미.

 

방바닥에서도 뒤로 누워 앞발을 모으고 있는 새침떼기.

그런가 하면 이불 뒷편에 앉아 집사가 뭘 하는지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는 관찰자.

 

이 고양이는 따순이. 이 사진들만 보면 집사의 사랑을 받고 사는 아주 평범한 고양이의 모습이다.

하지만 근 3개월 전만 해도 따순이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따순이는 지난 4월 중순 청주의 한 골목에서 떨고 있는 채로 발견됐다.

 

게다가 온통 젖어 있는 몸에서는 석유 냄새가 진동했다. 석유범벅인 채로 그렇게 길 한 귀퉁이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왼쪽 귀가 살짝 커팅이 된 것으로 봐서는 원래 길에서 살던 녀석. 개목줄을 하고 있어 누군가가 석유를 들이부은 것은 아닌지하는 의심이 갔다. 


작은 덩치 때문에 새끼인 줄 알았지만 데려간 동물병원에서는 생후 1년은 되어 보인다고 했다. 제대로 먹지도 못했던 것이어다. 

온몸에 쏟아진 석유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몇 번을 목욕을 시켜도 냄새는 여전했다.

 

냄새를 제거했더니 이번에는 살갗이 석유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뱀이 허물을 벗듯 한꺼풀의 피부가 벗겨지고서야 고양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몸만 그런게 아니었다. 동물병원 케이지에서 꺼내려 들면 마치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생결단을 내려고 하듯 돌변했다.

그래서 몸이 회복된 뒤에도 새주인을 찾아주는 일은 섣불리 할 수가 없었다. 

 

치료를 위해 머물던 서울 장위동 큐동물병원에서 묘연이 나타났다. 이 병원에 자주 오는 캣맘이 이 녀석의 처지를 계속 안타까워 하다가 큰 결심을 했다. 

따순이를 구조한 윤수진 캣맘은 "처음엔 보내는 것을 망설였지만 이분의 마음이 진실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따순이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인식칩도 했고, 데리러 오던 날에는 어떤 이동장이 좋을지도 여쭤보는 그 분의 모습에서 한결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그렇게 지난달 하순 따순이에게 가족이 생겼다. 

윤수진 캣맘은 "아직은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따순이가 새로운 집에서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평범한 삶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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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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