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대통령 특별지시 긴급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독립수사단이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독립수사단은 군내 비육군 및 비기무사 출신의 군검사로 구성한다. 특히 국방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이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번 사건에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가 광범위하게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고, 기존 국방부 검찰단 수사팀에 의한 수사가 의혹을 해소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인도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처음 공개된 뒤 시간이 흘렀는데, 이 사안이 가진 위중함·심각성·폭발력 등을 감안해 국방부와 청와대 참모진이 신중하고 면밀하게 들여다보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 현지에 있는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도 순방을 마친 뒤 돌아와 지시를 하는 건 너무 지체된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이 순방 일정 중에도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는 것은 이 사안을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국방부가 불법 정치 개입 소지가 있는 기무사 문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 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기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국방부는 지난 6일 “국방부 검찰단이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란 문건의 작성 경위와 시점, 적절성 및 관련 법리 등을 확인한 후 수사전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난 3월 말 기무사 문건을 인지하고도, 당시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넉 달 가까이 이 문제를 방치했다. 청와대가 사실상 직무유기로 판단한 이유다.
특히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하고,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사찰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육군 소장)이 ‘국방부 기무사 개혁 TF’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돼 개혁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육군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독립수사단에 육군 출신 군검사를 배제했다.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는 이들 중 군내 주류인 육군 출신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실제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이들이 대부분 육군 출신이다. 기무사령관은 원칙적으로 전 군에서 맡을 수 있지만, 1977년 육·해·공군 보안부대를 통합한 국군보안사령부 창설 이래로 육군에서 독식했다.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논란은 지난 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무사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문건을 입수, 내용을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문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나올 경우, 기무사가 위수령을 발령하고 계엄령을 선포해 촛불집회 참가 시민에게 발포한다는 내용이 세세하게 담겼다.
기무사는 서울시내에 △군 병력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전사 1400명을 투입하려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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