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모델' 언급에 심기불편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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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07-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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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언론 "폼페이오 국제관계 이해 부족…김정은 '금기' 건드려"

  • 북미협상 진전없자 트럼프 또 '중국배후론' 언급

  • 中, 미국이 무역전쟁 속 '대만카드' 활용 '맹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단순한 통상 분쟁을 넘어 글로벌 양대 강국의 패권 대결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양국은 대만, 북한을 카드로 삼아 상대를 압박하며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나선 미국이 북한의 롤 모델로 ‘친미’ 성향의 베트남 발전 모델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美 베트남 롤모델 제시에 심기 불편한 中
중국 관영언론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한의 롤 모델로 베트남식 경제개발 방식을 제시한 것에 대해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 7일 1박 2일로 방북한 후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베트남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다"면서 "북한도 이를 따르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수십년간 충돌해 왔던 미국과 베트남은 1995년에 수교를 맺고 안정적인 동맹과 번영을 추구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 SNS 매체 협객도(俠客島)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이 국제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베트남 정치는 당총서기·국가주석·총리·국회의장의 '4두마차' 체제로 운영돼 권력 분산과 견제가 이뤄지는 반면, 북한은 하나의 정당이 집권해 비교적 강력한 정치적 핵심을 보유하고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또 베트남은 아세안 회원국 중 하나로 일찍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협정을 체결한 반면, 북한은 핵 미사일을 수차례 발사해온 국가로서 둘을 비교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인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이해가 확실히 부족하다며, 그가 협상에서 북한의 금기를 건드렸다고도 매체는 꼬집었다. 북한은 그 어떤 국가의 모델도 북한의 미래 발전모델이 될 수 없다고 여기고 오로지 북한식 사회주의 국가 발전 노선을 걷는다고 여기는데, 폼페이오 장관이 베트남 모델을 제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기를 건드렸다는 것.

매체는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베트남 모델을 제시한 의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시사했다. 매체는 미국을 등에 업은 베트남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수차례 중국에 반기를 들었고, 미국도 베트남을 지지점으로 삼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했다고 설명했다. 올 3월 미국의 항모 전단이 베트남전 종전 43년 만에 처음으로 베트남 항구에 정박한 게 대표적인 예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베트남은 개혁·개방 과정에서 서방국과 상호작용을 강화한 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상대적으로 낮췄다며, 북한이 '제2의 베트남'이 된다면 미국으로선 당연히 좋은 일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또다시 꺼내든 '중국배후론'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방문 후 사실상 '빈손'으로 복귀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중국 배후론이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중 무역전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미 대화에 압력을 행사한다며 의구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비핵화에 합의한 것을 지킬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나 중국은 미·중 무역분쟁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북한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안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6·12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얼마 전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다롄을 방문한 직후 갑자기 강경한 자세로 바뀌었다며 '중국 배후론'을 주장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 배후설'을 즉각 부인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미국인들이 고위급 회담 이후 양측의 입장 불일치와 중국의 역할을 연결 짓고 있는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오히려 미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대만을 '카드'로 쓰고 있다고 비난하는 모습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지난 6일 본격적으로 개시된 바로 다음 날인 7일 미국 군함이 중국의 '앞마당'인 대만 해협을 통과하며 무력 시위를 벌인 게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류제이(劉結一)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은 8일 "중국은 국가이익을 훼손하는 모든 행위를 결연하게 반대한다"며 "미국이 '대만 카드'를 휘두르는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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