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美대법원 보수 판도 굳히나…대법관 지명자 브렛 캐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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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07-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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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캐배너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 지명…낙태금지 위헌, 동성결혼 합헌 판결 등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달 말 퇴임하는 앤서니 케네디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한 브렛 캐배너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이달 말 퇴임하는 앤서니 케네디 연방 대법관(81)의 후임으로 브렛 캐배너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53)를 지명했다. 캐배너 판사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국 연방 대법원은 향후 수십년간 보수 우위 판도가 된다.

지난달 말 퇴임 의사를 표명한 케네디 대법관은 중도 보수 성향이지만, 주요 판결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을 넘나드는 '스윙보트'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지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에 이어 캐배너 판사까지 대법원에 합류하면 대법원 판도는 보수 5명 대 진보 4명의 구도가 된다. 미국 대법관이 종신제인 만큼 향후 수십년간 보수 우위 판도가 될 수밖에 없다.

진보 성향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과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이 각각 85세, 80세의 고령이라,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후보 지명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캐배너 판사는 10년 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지명으로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배너 판사가 "판사가 하는 일은 법의 해석이며, 법률이나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니다"라는 안토닌 스칼리아 전 대법관의 말을 신봉한다고 지적했다. 

1986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지명으로 대법관이 된 스칼리아는 2016년 별세했다. 스칼리아의 자리를 메운 게 바로 고서치 대법관이다. 스칼리아는 미국 보수파의 입장을 대변해온 인물로, 2015년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결정에 반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당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게 미국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배너 판사의 최근 판결에도 미국 보수진영의 입장이 잘 반영돼 있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권한을 제한하고, 미국 역사와 전통에 반한다는 이유로 총기규제에 반대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1998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대통령은 형사소추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흡족해할 만한 족적이다. 그는 이날 캐배너를 차기 대법관으로 지명하며 "흠잡을 데 없고, 누구에게도 뒤질 게 없는 공정한 판사"라고 극찬했다.

캐배너 판사는 그러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와 관련한 성추문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캐배너 판사는 당시 클린턴의 성추문 수사를 맡은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클린턴을 탄핵 위기로 내몰았다.

2000년 대선 때 플로리다주에서 불거진 재검표 공방에선 부시 전 대통령을 위해 일했다. 덕분에 부시 행정부에서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가 됐다. 2000년 대선에서 부시는 총 득표수에서는 민주당의 앨 고어에게 54만표나 밀렸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재검표 공방 끝에 플로리다주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며 백악관에 입성했다.

블룸버그는 민주당이 캐배너의 인준을 막겠다고 나섰지만, 공화당에서 1표 이상의 반대표가 나오지 않는 한 힘을 쓸 수 없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미국 상원은 전체 100석 가운데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51석, 49석을 갖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상원이 캐배너 판사의 대법관 임명을 인준하면 '로 대 웨이드' 판결 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미국 연방 대법원이 1973년 7 대 2로 낙태금지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미국 보수진영은 지난 수십년간 이 판결을 뒤집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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