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실탄 부족한 中, 초고율·비관세 장벽 대응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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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7-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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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2000억弗 추가관세 발표에 이례적 침묵

  • 트럼프 타깃 품목 20~30% 고율 부과할 듯

  • 여행제한·불매운동 '신중', 협상재개 관측도

 

중국이 고민에 빠졌다.


미국이 중국의 대미 수입액을 훨씬 웃도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를 전격 발표하면서 '동등한 수준의 보복'이라는 기존 방침을 이행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미국보다 높은 관세율 적용, 비관세 장벽 활용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가운데 결국 미·중 간 협상 테이블이 차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美 기습에 당황한 中, 대응책 부심

미국 정부의 기습적인 추가 관세 부과 발표에 중국은 4시간 넘게 침묵을 지키다가 11일 정오께 상무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놨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현지시간) 2000억 달러(약 223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세 부과 규모는 기존 500억 달러를 포함해 2500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의 성명에는 당혹감이 묻어 있었다. 성명은 "미국의 이성을 잃은 행위에 경악했다"며 "국가의 핵심 이익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반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지지도 호소했다. 성명은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자유무역 규칙과 다자무역 체제를 수호할 것"이라며 "무역 패권주의도 함께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지난 6일 미국이 예고한 대로 34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가 시작되자 즉각 보복에 나선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성명 발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보복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입액 1539억 달러(중국 국가통계국 기준)를 30%가량 초과하는 관세 부과 규모에 일시적으로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관세 부과 대상으로 분류한 500억 달러를 빼면 중국이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미국산 제품은 800억 달러어치가 조금 넘는다. "동등한 수준·강도로 보복할 것"이라는 기존 방침이 무의미해졌다.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지 4시간이 넘게 지나 중국 상무부가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성명 내용. [사진=중국 상무부 홈페이지 캡처]


◆'회복 불능' 보복은 부담, 협상 재개되나

물론 중국도 이 같은 상황을 예견하고 "수량형과 질량형을 결합한 보복 조치를 강구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양으로 안 되면 질적으로 미국 정부와 기업을 괴롭힐 수 있는 방도를 찾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동원할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특정 품목에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식의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중서부 농업지대(팜 벨트·Farm Belt)와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러스트 벨트·Rust Belt)가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율도 이번에 미국이 발표한 10%를 크게 상회하는 20~30% 수준이 책정될 수 있다.

미국산 제품의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하거나 중국 내 미국 기업의 경영 활동을 방해하는 등의 '비관세 장벽' 활용도 예상된다.

한·중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때처럼 중국인 관광객의 미국 단체관광을 제한하거나 불매 운동을 벌이는 식의 대응책도 거론된다.

하지만 중국이 무역전쟁의 확전을 꺼린다는 게 변수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수뇌부가 확전을 바라지 않는 상황에서 되돌리기 어려운 극단적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며 "단체관광 제한이나 불매 운동 등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리한 공방전을 벌이다가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 측 인사가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거나 방문할 예정이라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면서도 "관세 자체가 목적은 아닌 만큼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마쥔(馬駿)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 겸 칭화대 금융발전연구센터 주임도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 계획은 불확정적인 요인이 많고 최종적으로 실행될지도 확실치 않다"며 미·중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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