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타임스는 최근 사진 기사를 통해 "계란이나 밀가루 같은 생필품으로 물물 교환하는 일상을 상상해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화폐 거래가 일상화된 요즘 '물물 교환'이라는 개념은 다소 생소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는 현재 진행형이다.
계란 2개와 바나나 5개, 혹은 밀가루 네 봉지를 미용실에 내면 머리카락 자르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단다. 최악의 경제난으로 생필품이 바닥난 데다 유통 가능한 화폐가 줄어들면서 생긴 진풍경이다.
베네수엘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베네수엘라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4만 6305%로 추산된다. 6월 한 달 동안 물가상승률은 128.4%로 올해 들어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고 로이터통신,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은 전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도 전년 동기 대비 -12%를 기록하면서 12분기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경제 성장이 저조한 것은 베네수엘라의 올해 하루 산유량이 2013년(350만 배럴)의 3분의 1 수준인 130만 배럴로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는 전체 수출의 95% 이상을 석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2014년 국제유가가 급락한 뒤 음식과 의약품 등 생필품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경제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이다.
폐쇄적인 경제 정책이 경제 위기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년 넘게 물가 상승률과 국내총생산(GDP) 등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의회가 자체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률 수치를 추산, 발표하는 이유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 5월 재선에 성공한 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경제 침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베네수엘라 대선은 오는 12월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퇴진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조기 대선을 강행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내외부에서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난 장기화로 인한 생활고를 피해 이웃 국가로 이주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부지기수로 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올해 브라질에 난민 신청을 한 베네수엘라 국민은 벌써 1만 60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은 최근 2년 새 경제난을 피해 콜롬비아와 브라질 등으로 이주한 베네수엘라 국민은 약 15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