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언론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지출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에서 돌연 회원국에 방위비 지출을 두 배로 늘릴 것을 요구해 회원국 정상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2일 사평을 통해 나토 회원국이 트럼프 대통령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호소하며 "트럼프는 절대로 감히 나토에서 탈퇴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평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에 더 많은 군비를 지출하라고 압박한 것은 트럼프가 가장 손쉬운 승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이는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사평은 현재 유럽과 미국은 방위에 있어서, 평등한 관계가 아닌 유럽이 미국에 의존하는 관계라고 꼬집었다. 유럽은 미국의 러시아 견제를 위한 전략적 최전선이지만, 유럽은 '보초 서는 비용'을 받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미국을 위한 '보호비'를 내고 있다고 사평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유럽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이 철저히 미국 편에 서면서 미국과의 협상카드를 잃었다는 것이다.
사평은 나토 규정에 따르면 각 회원국은 국내총생산액(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1%만 지출하고 있다며, 이는 나토가 존재하는 데다가 러시아는 과거 구소련처럼 위협적이지 않아 유럽에 전쟁 리스크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논리적으로 본다면 유럽은 군비를 줄이고, 미국도 군비를 줄이는 게 맞으며, 이로써 균형이 유지돼야 한다고 사평은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와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사평은 꼬집었다. 미국은 올 들어 군비를 10% 늘리고, 유럽국가에도 군비를 늘리라고 요구한다는 것.
사평은 미국은 증액한 군비를 유럽의 안보 건설에 사용하지 않고 미국의 글로벌 패권 구축에 투입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 패권을 이용해 유럽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이 더 많은 돈을 내서 나토 체계를 유지하고, 미국은 나토를 통해 유럽을 압박하는 게 미국에게는 동맹국 관계를 바꿀 수 있는 괜찮은 개혁이라는 것이다. 사평은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뿐만 아니라 기존의 모든 동맹국 관계를 미국이 돈을 내서 '동맹국을 사는' 방식이 아닌, 미국이 가격을 제시해 '동맹국 지위를 파는' 방식으로 바꾸려 한다고 주장했다.
사평은 미국이 전 세계 최대 동맹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러한 동맹체계는 미국 패권의 중요한 기초라고 설명했다. 미국 동맹국들은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그들의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고 있지만, 사실 이러한 안보방식은 이론적으로 대체 가능한 반면, 미국의 패권은 철저히 동맹국 체계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맹국이 미국을 필요로하는 만큼, 미국도 동맹국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 사평은 따라서 미국은 근본적으로 동맹국이 미국을 향해 집단 '반발'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평은 하지만 유럽국가들은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요구에 양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더 제멋대로 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미국의 패도(覇道)는 동맹국들이 그렇게 만든 이유가 크다고 지적했다.
사평은 트럼프 정부의 폐해는 동맹국들만이 치료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나토엔 미국 동맹국이 많이 모여있기 때문에 나토 회원국이 단체로 방위비 분담을 거부한다면, 트럼프의 거만하고 독단적인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미국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사평은 주장했다. 이로써 전 세계가 다시금 안정으로 돌아올 수 있는 희망도 생길 것이라고 사평은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평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건 다 탈퇴해도 나토만큼은 탈퇴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며 다만 유럽이 이러한 위험을 무릅쓸지는 낙관하기 힘들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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