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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코를 찌르는 악취. 분변더미 위에 나뒹귀는 눈도 못 뜬 강아지들. 뼈만 남아 유령처럼 움직이는 개들.'
제주도 성산의 한 폐가에서 33마리의 개들이 방치돼 있다가 구조됐다.
지난 7일 제주 동물단체 제주동물친구들(이하 제동친) 관계자들이 경찰, 시청 관계자와 함께 성산의 한 폐가를 찾았다.
일출봉, 섭지코지 등 제주도 유명 관광지가 몰린 성산을 지나던 한 관광객이 도로를 헤매는 개들을 따라갔다가 사람이 살지 않는 돌담집에 개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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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근처 도로에서는 제보대로 개들이 제멋대로 돌아다니거나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봉투를 뜯고 있었다.
제보자가 지목한 집을 찾았을 때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경찰의 도움으로 방문을 여는 순간 지옥이나 다름이 없었다.
코를 찌르는 악취가 확 풍겨왔다. 하지만 똥더미 위에서 뒹구는 눈도 뜨지 못한 새끼들. 젖이 불어 있는 여러 마리의 어미개들. 이미 백골화된 몇몇 사체 사이로 사람의 눈을 피해 구석으로 힘없이 피하는 개들.
총 33마리의 개들이 폐가에 방치돼 있었다.
마을 주민들에게 탐문을 해 본 결과, 이 집은 이미 악명이 높았다.
대략 2년 전 쯤부터 이렇게 방치상태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60대의 견주는 처음에는 함께 살면서 개들을 보살폈지만 신상변동으로 거처를 옮겼고, 개들은 그대로 남았다.가끔 와서 던져주는 먹이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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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붙어 치워도 계속 쌓이는 분변은 그대로 방치됐고, 위생상태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먹이 부족이든 위생 문제든 병에 걸려 죽은 개의 사체 역시 그대로 방치됐다. 그러는 사이에도 자체 교배는 계속 돼 숫자가 불어나고 잇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읍사무소는 물론 시청에까지 이미 민원이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한 번은 개들을 마을에서 견주로부터 떼어놓기도 했지만 소유권을 포기하는 않아 다시 돌려주는 일도 발생했다.
제동친과 경찰은 상황이 몹시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동물보호법 4조를 들어 33마리의 개들을 긴급격리보호조치한 뒤 제주 동물보호센터로 옮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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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친 관계자는 "그 집은 사람이 다시 들어가서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치료를 진행하는 한편 견주가 개선의 의지를 보인다면 중성화나 치료등의 지원을 하겠지만 개선의 의지가 없다면 그 다음 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33마리의 개들을 수용한 제주 보호센터는 이미 번잡한 상태에서 또다시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개들을 수용하는 처지에 놓였다. 임시조치일 뿐 언제까지 머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장기적으로 진행될 이번 사건 속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도움의 손길도 내밀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제동친 페이스북 글을 읽어주세요. 방치된 개들에게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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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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