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고 있는 경제 악재 파고 앞에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일자리 쇼크와 미·중 무역전쟁 등 대내외 현안에 경제팀이 총동원돼 머리를 맞댄 상황에도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고용 현장에 대한 문제 인식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될뿐더러 미·중 무역전쟁은 문 정부로서는 권한 밖 얘기이기 때문이다.
◆고용쇼크, 문제 의식 시각차 드러나
문재인 정부는 취업자 수를 정책 최우선 목표로 두고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한 이후 올해 본예산으로 19조원을 집행 중이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청년일자리 등 고용 관련 추경 3조8000억원을 투입, 이달 중으로 70%가량 조기 집행을 목표로 두고 있다.
그런데도 6월 취업자 수는 2712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6000명(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5개월째 고용증가 폭이 10만명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2010년으로 되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 만에 또다시 고용쇼크에 직면했다.
그러자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2일 경제팀을 소집해 긴급현안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김 부총리는 “현재 일자리 상황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엄중하다”며 "단기간 내로 고용지표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 창출의 가시적인 결과를 내야 한다”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저소득층 대책에 내수경제 활력 제고 방안을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바라보는 고용시장에 대한 분석과 방안 마련의 시각이 재계·학계와는 다르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부는 부진한 고용실적 요인이 인구변화 등 구조적인 영향 탓이라는 해석을 내놨지만, 곧바로 비난이 뒤따랐다.
지난 1월까지만 하더라도 전년 대비 취업자 수 증가폭이 30만대를 유지했지만 이후부터는 10만명대 이하로 고꾸라졌다. 인구변화 영향으로 고용부진을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취업자 수 증가폭이 3분의1로 줄어든 것에 대해 인구 변화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알맞은 분석이 아니다”며 “현 정책적인 면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 후폭풍,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라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악재로 손꼽히는 미·중 무역전쟁도 서막을 열었다. 미국이 대중국 수입 절반에 달하는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가 계획을 내놓으면서 중국도 맞불작전에 나섰다. 양국 간 무역전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질까 노심초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24.8%다. 대미 수출 의존도는 12%로 1·2위를 각각 차지한다.
수출비중이 높은 전자·반도체는 미·중 무역분쟁이 확전될 경우, 타격이 예고된다. 철강업계는 미국에 이어 유업연합(EU)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조치)까지 감당해야 할 처지다.
그런데도 사실상 우리나라 정부가 손을 쓰기엔 한계가 적지 않다. 유럽연합(EU)의 경우처럼 맞대응 의지를 내놓지도 못하는 등 저자세 일변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가 12일 강성천 통상차관보 주재로 미·중 무역분쟁 관련 실물경제 대응반 회의와 미국 자동차 232조 관련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했다. 또 13일에는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이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범부처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반면 재계에서는 정부 대응 수준이 피해 확산을 줄이기 위한 대책일 뿐 미국과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액션'을 취하기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중국에 대한 중간재 부품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라며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확대해 생산기지 등 거점 다변화 전략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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