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무역기술장벽(TBT)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무역주의 칼바람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무역기술장벽이란 무역상대국 간에 서로 다른 기술규정, 표준 및 적합성 평가절차 등을 적용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것을 말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12일 '2017 무역기술장벽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WTO 회원국 무역기술장벽 통보문이 2585건(82개국)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무역기술장벽 통보문은 2005년 897건, 2015년 1987건, 2016년 2332건 등 꾸준히 증가 추세다. 구체적으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도국 규제가 많이 늘어 신규 기술규제 1793건 중 84%를 차지했다.
표준원은 이에 대해 개발도상국이 전반적인 규제체제를 정비하면서 국제 기준과 다른 자국 중심 규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신규 무역기술장벽 통보문 중 개도국 비중은 2015년 78%에서 지난해 84%로 늘었다.
기술규제를 분야별로 보면 식품·의약품이 948건으로 36.7%를 차지했다. 이어 화학·세라믹이 396건으로 15.3%, 전기·전자가 278건으로 10.8% 비중을 보였다. 규제 목적은 건강·안전(1233건), 품질보장(448건), 환경보호(322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WTO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 기술규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특정무역현안(STC)도 178건으로 역대 최고다.
특히 지난해 제기된 특정무역현안 중에는 회원국이 기술규제 시행을 WTO에 통보하지 않은 '숨은 규제' 비중이 59%로 급격히 증가했다.
국표원 관계자는 "외국이 비공개로 도입하는 기술규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정보·사이버 기술 등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디지털 분야 특정무역현안은 2016년 9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1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중국이 국가보안 등을 이유로 사이버보안 규제를 다수 도입했으며, 유럽연합(EU)과 미국 등도 개인정보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였다.
표준원은 보고서에 무역기술장벽 동향과 함께 대표적인 무역기술장벽 대응 사례, 전문가 칼럼 등을 담아 수출기업이 기술규제에 대응하는 방법과 효과 등을 알 수 있도록 했다.
한편, 표준원은 규제 당사국과 양자·다자 협상을 통해 지난해 45건, 올해 6월까지 23건의 기술규제를 해소했다. 또한 기업, 협·단체 등과 외국이 공개하지 않고 시행하는 숨은 규제를 지난해 396건, 올해 상반기 282건 찾아냈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7월 중 관계부처, 업종단체 등과 함께 '무역기술장벽 대응 민관협의회'를 열고 확대되는 해외 기술규제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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