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청와대만 바쁘고 당은 한가하다는 이야기가 우리의 현주소다.”(우상호 의원)
“총선이 2년 남았는데 1년 동안 혁신하지 못하면 지난 보수정당을 답습할 위험이 있다. 솔직히 당이 뭐 하는지 모르겠다.”(기동민 의원)
지난 1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내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 집담회와 지난 5일 초선 의원 토론회에서 각각 나온 말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에 쓴소리를 전했다. 각자 생각하는 차기 당 대표의 모습, 당이 가야 할 방향 등을 솔직하게 쏟아냈다.
우 의원은 집담회에서 “미세먼지, 라돈 침대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때 정책 의원총회를 한 번도 안 한다”며 “이해할 수 없다. 수십만명의 생활 관련 문제가 발생했는데 여당답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혜화역 시위에 우리 당 국회의원 몇명이 갔느냐”고 반문하며 “소리 나는 곳을 돌아보는 게 여당이다. 무관심하면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 의원은 당시 토론회에서 “여성 최고위원 지명 할당제를 과거로 돌리는 결정을 했다가 문제가 되니 재검토한다는 지혜를 발휘했다”면서 “심각한 가치 훼손이자 소통을 하지 못하는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솔직한 이야기들이 정작 ‘의원총회’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의원총회는 말 그대로 소속 의원들의 총의(總意)를 모으기 위한 자리다. 보통 당 지도부의 모두 발언 후 비공개로 전환한다. 언론에 노출될 우려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란 뜻이다. 하지만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의총에서 발언을 하는 의원은 거의 없다.
이유는 ‘열린우리당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당시 의원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서다. 이른바 ‘탄돌이’라고 불리는 108명의 초선 의원이 국가보안법 폐지·언론 개혁·역사 바로세우기·사학법 개정 등 4대 개혁 입법을 밀어붙였지만 실패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의총에서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자칫 소통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있게 잘 하려면 당내 토론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의원들의 의견이 수렴돼 국정에 반영돼야 의원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 의원 역시 이런 점을 지적했다. 그는 “여당 내 이견이 노출되면 안 된다는 고려 때문에 당이 경직되고 있다”며 “의총에서 의원들이 발언을 안 한다. 당 대표의 1인 독주가 계속되는 방식이 민주적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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