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베트남 커피 영웅이자 왕과 여왕으로 불렸던 쭝응우옌(Trung Nguyên) 대표 부부가 이혼·경영권 소송 등 각종 루머에 시달리며 서로에게 신뢰를 잃고, 서로를 견제하는 경쟁자 사이로 변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콘셉트의 카페 설립 계획을 발표해 이들 부부간의 경쟁이 한층 과열될 전망이다. 남편인 당레응우옌부(Đặng Lê Nguyên Vũ)는 북카페 전략으로, 아내인 레황디엡타오(Lê Hoàng Diệp Thảo)는 커피아트 전략으로 베트남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13일 베트남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레황디엡타오는 최근 베트남 서부고원 지역인 잘라이(Gia Lai)성에 제1호 킹커피 카페의 문을 열었다. 킹커피는 레왕디엡타오가 설립한 커피브랜드로 베트남 대표 인스턴트커피 ‘G7’의 프리미엄 라인이다.
레왕디엡타오는 “잘라이성에 설립된 제1호 킹커피 카페는 1200㎡ 규모로 커피아트와 커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두 개의 영역으로 분류되어 있다”며 “향후 이런 콘셉트의 킹커피 카페 체인점을 베트남 전역에 1000개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TNI(Trung Nguyên International)는 커피를 시각과 미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킹커피 카페’ 설립을 통해 베트남 시장 정복은 물론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의 진출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레왕디엡타오의 킹커피 카페 설립을 두고 남편인 당레응우옌부를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혼·경영권 소송 등 각종 논란의 중심이 되면서 돌연 행적을 감췄던 베트남 ‘커피왕’ 딩레응우옌부가 지난달 잠적 5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고, 쭝응우옌 매장 일부를 북카페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그룹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한 당레응우옌부는 “‘쭝응우옌 레전드’의 새로운 매장은 과거 단순히 커피만 제공하던 커피 전문점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독서와 휴식시간을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12개 전문 분야 서적 1만6000권을 매장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레응우옌부는 “제1호 매장은 직원 50명과 함께 운영할 예정으로 매장 크기는 기존보다 2~3배가량 확장된다. 또 응우옌(Nguyen) 왕조 스타일의 가구로 채워질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북카페 가맹점을 100개까지 확대한다”고 전했다. 새로운 콘셉트의 카페 브랜드로 각종 루머에 떨어진 소비자 신뢰도를 회복하고, 시장 점유율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쭝응우옌 레전드’의 제1호 매장은 호찌민 1구의 알렉상드로 드 로드 거리에 설립된다.
현지 경제 매체 베트남비즈는 “5년 동안 자취를 감춘 당레응우옌부 대표가 산속에서 마음을 다스렸다는 소문도 들린다. 5년 만에 나타나 내놓은 그의 전략이 쭝응우옌을 독창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남 닥락(Ðăk Lăk)성 출신의 가난한 의대생 당레응우옌부가 아내인 레황디엡타오와 함께 세운 ‘쭝응우옌’은 베트남 토종 커피 기업이자 국민 기업으로 불린다. 특히 창업자인 당레응우옌부는 애국심을 호소하는 마케팅, 자국민의 자존심을 살리는 발언 등으로 베트남 소비자의 전폭적인 지지로 급성장했다. 지난 2015년 쯩응우옌 그룹은 ‘풍요와 행복의 커피’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신규 커피 브랜드 출시로 소비자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신규 브랜드의 슬로건과 달리 이들의 결혼생활이 위기에 빠져 이혼 소송 중이고, 회사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는 악재가 이어졌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점차 잃었고, 쭝응우옌의 시장 점유율도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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