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FIFA 회원국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 수 206개국, 유엔 회원국 수 193개국에 비해 각각 2개국, 15개국 더 많다. FIFA 월드컵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스포츠외교, 스포츠국제정치가 펼쳐지는 최고·최대의 무대다.
지난 6월 14일(이하 한국시간)부터 33일 동안 숱한 명승부, 감동적인 경기를 쏟아낸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이 16일 새벽 막을 내렸다. 프랑스가 2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번 대회의 최종 4강은 프랑스 외에 2위 크로아티아, 3위 벨기에, 4위 잉글랜드였다.
하지만 스포츠외교, 스포츠정치라는 잣대를 놓고 보면 4강은 다르게 보인다. 우선 이번 월드컵 외교 무대의 우승국은 주최국인 러시아, 최고의 수혜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인구 416만여명 '발칸의 소국'인 준우승팀 크로아티아는 이번 월드컵으로 전 세계인에 크로아티아를 각인시켰다. 옛 유고슬라비아연방 와해 과정에서 전쟁을 치른 크로아티아는 이번 월드컵에서 불굴의 투지로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콜린다 그라바르 키타로비치 대통령은 빨강과 흰 사각형이 새겨진 유니폼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결승전 시상식에서 키타로비치 대통령은 자국팀 선수들은 물론 프랑스팀 선수 한명 한명을 안아줘 눈길을 끌었다.
월드컵을 차지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월드컵정치에 큰 성공을 거뒀다.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던 그는 월드컵을 적극적으로 정치에 활용했다. 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해 “조국을 위해 헌신해달라”고 직접 신신당부했고, 스웨덴과의 16강전을 대통령궁에 청소년들을 초청해 함께 관람했다. 준결승과 결승전은 직접 러시아로 날아가 응원하는 등 이번 우승으로 40% 안팎의 지지율이 급반등할 조짐이다.
이번 러시아월드컵 스포츠외교 4강의 남은 한 자리는 대한민국과 문재인 대통령이 차지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원정 월드컵 응원과 한·러 정상외교에 나섰다. 특히 문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만남은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6월 24일 한국-멕시코전이 열린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문 대통령은 인판티노 회장에게 “지난해 (청와대에서) 만나 FIFA 월드컵 남북 공동개최를 말했는데 그게 점점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며 FIFA 월드컵 남북 공동개최 의사를 재확인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청와대에서 만나 2030 월드컵의 남북 공동개최를 상의했다. 1년 만의 만남에서 인판티노 회장은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남북 공동개최를 말한 후 많은 일이 일어났다. 곧 한국에 가겠다”고 화답했다. 최근 한반도 정치지형의 엄청난 변화와 코리아 월드컵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의례적인 외교적 수사일 수 있지만 타고난 비즈니스맨인 인판티노 회장이 한반도 평화를 세계 축구 흥행, 특히 중국시장을 염두에 두고 실제로 움직일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제 우리는 2030 코리아 월드컵 개최를 목표로 스포츠 외교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이전 2개 대회 개최 대륙 제외라는 FIFA의 원칙이 2030 월드컵에 적용돼 코리아 월드컵이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2022년 개최지 카타르는 아시아, 2026년 월드컵은 캐나다·멕시코·미국이 공동개최한다. 원칙대로 하면 아시아와 미주대륙은 제외, 유럽이나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2030 월드컵을 치르게 된다. 그렇지만 위에 든 영국의 사례처럼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 남북 공동 2030 코리아 월드컵 유치 위원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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