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단체장 관사 폐지 선언 잇따라..'권의주의 산물' 여론에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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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장봉현 기자
입력 2018-07-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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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지사 공관인 '어진누리'. [사진=전남도청 제공]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광주·전남지역 단체장들이 잇따라 공관인 '관사'(官舍)폐지 선언을 하고 있다. 권위주의 산물이자 관치시대 유물로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다.

18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관사를 운영하는 곳은 서울과 부산·대구·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 등 10곳이다. 30~40년 된 단독주택부터 대형 아파트까지 다양하다.

전남지사 공관은 2006년 전남도청이 광주에서 남악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지어졌다. 당시 박준영 지사가 처음으로 입주한 뒤 지사용 관사로 활용되고 있다.

공관은 부지면적 1300㎡, 총면적 444㎡로 목조 한옥 팔작지붕 구조다. 안채, 사랑채, 문간채 등 지사 거주공간인 어진누리와 외부 손님 숙소나 공식 회의 등에 쓰이는 수리채로 구성돼 있다.

어진누리는 445㎡ 규모로 16억원, 수리채는 650㎡ 규모로 17억원이 투입됐다. 청원경찰 2명이 24시간 교대로 근무를 서고 있다. 경비와 청소 등 5명이 근무해 연간 1억여원의 인건비가 들어간다. 냉·난방비와 수도, 전기세 등 관리비와 보수비로 2000여만원이 소요돼 모두 1억 2000여만원이 도청 예산으로 투입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산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작은 청와대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김탁 전 전남도의원은 지난해 도정질문에서 "일제 강점기의 잔재이자 권위주의의 상징인 도지사 관사가 이 시대에 꼭 필요한가"라며 "관사는 현재 비어 있고, 수리채는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는 만큼 보육시설이나 문화시설로 도민에게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여론에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10일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실·국장 정책회의에서 "한옥으로서 상징성을 갖는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크고 개방형이기 때문에 관리 인력과 경비가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공관을 다른 용도로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거나, 매각까지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전남도는 기존 관사를 폐지하는 대신 아파트를 관사로 사용키로 했다. 도청 소재지인 남악 신도시에 3~4억을 들여 132㎡(40평형)대 아파트를 전세 또는 임대로 새 관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광주시는 전임 시장이 없앤 관사를 부활시키기로 했다가 여론의 호된 뭇매를 맞았다.

시는 최근 민선 7기 이용섭 시장이 공관으로 사용할 관사로 서구 매월동 아델리움 앤 로제비앙 아파트 112㎡(34평형) 한 채를 3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했다. 민선 6기 윤장현 전 시장이 반세기 만에 없앤 관사를 4년 만에 부활키로 한 것이다.

전임 윤 시장은 2014년 취임 이후 관사인 쌍촌동 힐스테이트 아파트(159㎡, 48평형)를 4억여원에 매각 처분했다. 관사가 권위주의 상징이고 세금 낭비라는 판단에서 관사를 매각했다. 시 관계자는 "신임 이용섭 시장이 현재 거주하는 첨단지구 전세 아파트가 낡은데다 시청과 멀어 업무상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관사 부활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관사 부활에 대해 "충남과 전남 등 전국 상당수 광역자치단체들이 기존 관사를 매각하거나 없애는 추세임에도 관사를 새로 장만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최고 혁신전문가'를 자처하는 이용섭 시장이 관사를 부활시킨 것은 구태이자 월권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이용섭 시장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관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미 입주해 1주일 동안 관사를 이용했다가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부정적인 시민여론을 수용한 것이다.

이 시장은 "규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민이 원하는 길이 아니라면 가지 않겠다"며 관사 이용 철회 방침을 밝혔다.

관사 부활 논란에 대해 "관사는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라 업무공간의 연장이며, 낭비적 요소를 없애고 투명하게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112.2㎡(34평형) 아파트를 선택해 매달 관리비나 공과금을 제 개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작은 혁신을 이루고자 했으나 생각이 짧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랜 공직생활 내내 누구보다도 올곧게 살려고 노력했고,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무엇이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훗날 역사는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시민 속으로 더욱 깊이 들어가는 시민중심의 시정을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광주에 자택이 없는 이 시장은 시 명의로 계약된 현재 관사를 자신의 명의로 다시 계약한 후 전세나 월세로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상황이 열악한 일부 기초자치단체도 관사 폐지선언에 동참했다.

이승옥 전남 강진군수는 관사를 사회에 환원키로 하고 관련 부서에 활용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관사 폐지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 군수는 취임 후 자택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강진군은 군수 관사를 관광안내소나 관광객 숙박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강진군수 관사는 2006년 민선 4기 때 1000㎡ 부지에 본관 1층으로 건립했으며 연간 유지비용으로 600만원 가량 지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진군에 이어 전남지역 일부 지자체들도 용도 변경이나 관사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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