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내부에서 금리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되는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 움직임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평평해진 수익률 곡선을 문제삼으며 금리인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익률 곡선은 단기 채권과 장기 채권의 금리(수익률) 차이(스프레드)를 반영한다. 미국에서는 보통 2년 만기 국채와 10년 만기 국채의 스프레드를 뜻한다. 보통 단기 채권은 장기 채권에 비해 투자 위험이 낮아 금리도 낮은 게 보통이다. 경기침체를 비롯한 위험이 임박하면 단기 채권 금리가 올라 스프레드가 좁아진다.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지는 셈이다.
카시카리는 지난 50년을 되돌아 보면,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와 스프레드를 좁히다 역전을 이룬 뒤에는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재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스프레드는 25bp(0.25%포인트)에 불과하다.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진 2007년 이후 가장 낮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단기 금리 상승을 부채질해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를 더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카시카리는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리면,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는 것은 물론 긴축정책 기조로 경제에 브레이크를 걸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 일각에서는 수익률 곡선의 경고에 대해 '이번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준이 금융위기 대응책의 하나로 국채를 대거 매입한 양적완화 여파로 시장이 왜곡된 만큼 전처럼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를 경기침체의 전조로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카시카리는 확신할 수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가 아는 건 채권시장이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목표치에 닿았다고 말해주고 있고, 경제가 과열 조짐을 보이지 않으며 금리가 중립 수준에 이미 가까워졌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금리를 더 올려 수익률 곡선을 역전시키고 경제에 브레이크를 걸어 경기침체의 방아쇠를 당길 이유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FT는 카시카리 총재의 발언이 시장 전문가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수익률 곡선이 빠르면 올해 말 역전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시카리는 지난해 연준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며 똑같은 이유로 금리인상을 반대했다. 다만 올해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연준은 2015년 12월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인상에 나서 지난달까지 기준금리를 7차례 올렸다. 연준은 연내에 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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