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가 올해 2분기(4~6월) 전망을 대폭 하회하는 신규가입자 수를 발표했다. 고속성장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넷플릭스 주가가 올해 들어 두 배 넘게 뛴 것을 감안할 때 넷플릭스는 투자자들의 급격한 이탈을 막기 위해 서둘러 새로운 시장을 찾아나서야 할 판이다. 넷플릭스는 인도에 기대를 걸고 있다.
CNBC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해 2분기 신규가입자가 515만명이라고 발표했다. 팩트셋이 전망치에 비해 약 100만명이나 밑도는 결과다. 미국 내 신규가입자는 67만4000명으로 전망치의 절반을 겨우 넘었다. 실적 부진 여파로 16일(현지시간) 넷플릭스 주가는 장외거래에서 14% 폭락했다.
넷플릭스는 이번 실적을 발표하면서 3분기 실적 가이던스도 하향 조정했다. 넷플릭스 수익의 바로미터인 신규가입자 전망치를 종전의 600만명에서 500만명으로 대폭 낮추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넷플릭스가 공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게다가 시장 파괴자 아마존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디즈니가 21세기폭스를 인수하고 AT&T와 타임워너가 합병하는 등 미디어 업체들이 규모를 키우고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에 투자하면서 넷플릭스는 더 큰 경쟁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가 인수한 뒤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철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넷플릭스는 차세대 성장 동력을 인도에서 찾을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올초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델리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넷플릭스의 다음 가입자 1억명은 인도에서 나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현재 넷플릭스의 글로벌 가입자수는 1억2500만명이다. 이 중 인도 가입자수는 2017년 말 기준으로 52만명 수준이다.
넷플릭스가 인도를 눈여겨보는 것은 인구 13억5000만 인도 시장이 가진 큰 잠재력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 4년 동안 인터넷 이용자가 두 배 급증하며 5억명을 넘어섰다. 인터넷 이용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잠재적 시청자 저변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또한 인도의 경제 성장률은 연간 7%를 웃돌고 있어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중산층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 월마트 등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토드 옐린 부회장은 FT에 “우리는 인도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인도는 넷플릭스 성장의 가장 큰 원천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인도 시청자들을 공략하는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달 초 인도 작가 비크람 찬드라의 소설을 토대로 ‘세이크리드 게임스(Sacred Games)’를 소개했고 다음 달에는 호러 시리즈물인 ‘구울(Ghoul)’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에는 인도를 배경으로 한 살만 루슈디의 소설 ‘한밤의 아이들(Midnight’s Children)‘을 시리즈물로 제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FT는 넷플릭스의 인도 공략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넷플릭스의 현지요금은 매월 500~800루피(8000~1만3000원) 정도인데 인도 평균 케이블 요금보다 두 배나 비싸다. 인도의 경우 많은 해외 기업들이 중산층을 노린 고가 전략을 썼다가 줄줄이 실패를 맛본 뒤 대량 염가 판매 전략으로 돌아서야 했다는 게 FT의 지적이다. 또한 인도의 관료주의, 부패, 일관성이 없는 정책 등도 인도 시장을 두드리는 해외 기업들이 넘어야 할 산이라고 F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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