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를 독일의 작가 에리히 캐스트너가 현대판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뜬금없이 신 포도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동통신업계 현실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지금 이동통신 3사는 허기진 여우들이다.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포화상태여서 가입자 증가를 통한 수익률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고가요금제를 사용하는 LTE 요금제의 사용자 수도 이미 최대치를 향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3월 세계 최초 상용화 예정인 5G(5세대) 이동통신은 허기진 여우의 포도와 같다. 5G는 LTE 대비 20배 이상 빠른 속도를 구현한다. 이를 바탕으로 통신은 물론 제조, 건설, 방송, 의료 등 전 산업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킬 파급력을 갖고 있다. 5G를 활용한 신사업이 앞으로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이동통신사들의 투자 여력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 규제로 인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영업익은 각각 3255억원, 3971억원, 187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20.7%, 4.8%, 7.5% 하락한 수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정부의 이동통신 요금 인하 조치로 인해 SK텔레콤과 KT의 이동통신 매출 감소 비중을 올해 3~4%, 내년 2% 수준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가 올해 하반기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익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따르면 보편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연간 1조원에서 최대 2조2000억원까지 통신비가 절감된다. 반대로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익은 그만큼 쪼그라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 대한 아쉬운 소리가 업계 곳곳에서 나온다. 5G를 제대로 준비하라면서 곳간을 채울 여력은 주지 않고 오히려 통신비를 인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엄살이 아니란 것을 알아야 한다. 신포도를 먹은 여우의 말로를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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