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등 우리나라 중형 조선소들이 살아남기 위한 몸집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대형 조선사 노조는 임금을 올려달라며 파업을 벌일 태세다. 업계에선 대형사 노조의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불똥이 조선업계 전반에 번져 중형사의 회생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허리띠 졸라매는 STX조선, 성동조선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형조선소인 STX조선해양은 지난 12일 창원 R&D센터 매각 입찰 공고를 실시했다. 오는 20일 저녁까지 입찰 참가 신청을 받고 23일에 낙찰자를 최종 선정한다. 최저입찰가는 130억원이다.
STX조선은 앞서 법정관리를 피했지만 아직까지 신규수주를 따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외신에선 STX조선의 자구이행이 늦춰지면서 산업은행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미뤄 수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STX조선 관계자는 “자구안 이행에 있어 인건비와 고정비 절감은 목표대로 이행하고 있으며 R&D센터 매각을 시작으로 자산매각도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어 현재 LOI(의향서) 상태의 계약들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TX조선은 인건비를 5년간 60% 삭감하는 등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자구안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법정관리에 돌입한 성동조선해양도 회생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한창이다. 성동조선은 지난 17일까지 2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관리직 30여명과 생산직 30여명 등 6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성동조선은 앞서 지난 5월에도 1차 희망퇴직을 실시해 관리직 120명과 생산직 182명 등 300여명의 인력이 퇴사한 바 있다. 현재 퇴직을 하지 않은 인원들도 대부분 정부지원금을 포함해 평균 급여의 70% 수준만을 받고 휴직중이다. 성동조선 관계자는 “조선소 가동을 위한 최소 인력만 출근을 하고 대부분의 인력은 휴직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대형사 노조는 “임금 올려달라” 파업
이런 가운데 조선업계 맏형인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을 올려야 한다며 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앞서 지난 13일 파업을 실시한 데 이어 19~24일 총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경영상 어려움을 토로하며 임금삭감을 요청하는 사측에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과 250% 이상의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해왔다. 최근 임금인상 요구안을 7만3373원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회사에선 감당하기 어렵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일반인의 시각에 현대중공업의 임금과 후생복지 수준이 결코 낮지는 않다”며 “자금난에 시달리는 회사에 빚 독촉하듯 호황기 때보다도 많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6262만원이다.
대우조선 노조도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고 이달 초 파업투표를 가결시키며 파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기본급 4.1%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5년부터 자구계획 이행과정에서 임금 삭감 등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1인당 지급된 임금은 6000만원 수준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올해 선박 부문에서 나쁘지 않은 수주 실적을 거뒀지만 임금 인상을 단행하기엔 부담이 크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2분기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대우조선의 경우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혈세로 연봉을 올려줬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STX조선과 성동조선 근로자들은 회사를 살려내겠다는 각오로 고강도의 임금삭감 등을 감내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처우가 나은 대형사들이 파업에 임하면 조선업에 대한 여론이 악화해 중형조선소를 살리는 데 악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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