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장기전 모드…11월 美중간선거 기점 변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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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기자
입력 2018-07-20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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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속협상 진전 없자 속도조절

  • 선거 결과 따라 태도 바뀔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시간표'는 없다"며 비핵화 협상의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버티기' 전술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11월 중간선거까지 협상의 '판'을 깨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러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시간제한도, 속도제한도 없다. 그저 프로세스(과정)를 진행해갈 뿐"이라고 말했다.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단기타결'을 외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정책이 사실상 장기전 모드로 들어간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조치를 둘러싼 협상이 지지부진한 마당에,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하며 북한의 '시간끌기' 전략에 미국이 힘을 보태주는 꼴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 의회의 요청으로 폼페이오 장관이 오는 25일 청문회에 나서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단계별로 협상을 잘게 썰어 그때그때 보상받겠다는 북한 특유의 '살라미 전술'에 트럼프 대통령이 말려들지 않고 장기전 모드로 대응하겠다는 응수로도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에도 "(북한과의) 협상이 현재 진행 중이며 잘되고 있다. 우리는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어 "여전히 제재는 이뤄지고 있고, (북한에 억류됐던) 인질은 되돌아 왔다"며 "지난 9개월간 핵실험도, 로켓 발사도 없었다" 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세번째 방북에도 북·미 후속협상의 진전이 없자, 협상의 판을 깨기보다 협상 속도를 길게 가져가는 쪽으로 굳힌 셈이다.

이는 북한 비핵화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한 동시에, 협상을 지연시키는 북한에 대한 주도권 확보 차원의 전술적 성격이 담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 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으로 북한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 북한의 협상수에 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만큼, 선거를 의식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미국이 최근 유엔을 통해 대북 제재 이행의 고삐를 죄고,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듯한 행보가 이를 말해준다. 북한에 '우리도 급할 것 없다'는 태도로 응수, 우회적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2005년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였던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은 지난 18일 아산정책연구원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까지 협상을 잘 이끌어가도, 이후 북한이 근본적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판이 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 속에서 중국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북핵문제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입지가 약해지는 경우, 북한이 2020년까지 비핵화 속도를 늦추고 버티기에 나설 것"이라며 "중국의 제재가 느슨해질 경우, 북한은 비핵화에 더욱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이다. 또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을 주는 일이 없도록 북핵문제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미군 유해송환과 미사일엔진시험장 폐쇄를 엮어 첫번째 살라미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협상국면이 유지되면서 김 위원장이 엔진실험장 폐쇄 등을 내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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