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주식시장의 평가 기준이 되는 호찌민증권거래소(HOSE) VN지수가 지금보다 30~40포인트(p)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최근 연이어 발표되는 베트남 기업들의 2분기 실적 결과가 좋고, 시장의 등락을 결정하는 은행주 강세 등으로 시장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신호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현지 경제 매체 베트남비즈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지난 4월 이후 계속된 강한 매도 압력이 베트남 주식시장을 장기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었다”며 “이번 주(16~20일) 시장 움직임을 분석해보면 투자자들의 심리도 상당 부분 회복되는 듯해 추가 상승세가 기대된다”고 20일 보도했다.
지난 4월 1200p를 웃돌며 신흥국 최고 투자처로 꼽혔던 베트남 주식시장은 현재 930p 수준으로 20% 이상이 추락한 상태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주춤하는 사이 베트남은 6~7%대 높은 성장률로 ‘포스트차이나’로 불리게 됐다. 이와 함께 정부의 국영기업 민영화 추진으로 베트남 주식시장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물밀 듯이 유입됐고, 주가는 매우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베트남 증시도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이날 VN지수는 은행과 부동산 종목 중심으로 형성된 매도 압박으로 전일 대비 10.58포인트(p), 1.12% 하락한 933.39p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과 거래액 상위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VN30지수는 14.59p(1.55%) 빠진 926.5p로 마감했다.
베트남이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자가 아닌 수혜자로 꼽히는 상황에서도 증시는 연일 하락세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베트남 주식시장의 특성상 직접적인 피해가 없어도 대내외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현지 증권사인 롱비엣증권(VDSC)의 Hoang Thach Lan 개인투자부서 책임자는 7월 투자 세미나에서 시장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를 꼽았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매파적 성향과 미·중 무역갈등 심화가 외국인 투자이탈로 이어지면서 VN지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외국인의 이탈은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지 실제 거시경제지표 부진 때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VDSC 중개업자인 마르크 드잔드지(Marc Djandji)는 오히려 대외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 투자자들 덕분에 현재 베트남 주식시장이 한층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베트남의 경제성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은 최근 하락세로 상대적으로 저렴해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술적 분석에 따라 VN지수가 960~970p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1000p 근처에는 약간의 조정세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VDSC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이 비교적 좋게 나오고 있다. 또 호찌민의 VN지수는 물론 하노이증권거래소 HNX지수의 등락을 결정하는 은행 종목의 강세도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베트남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FPT와 석유업체 페트로맥스(PLX), 항공업체 비엣젯항공(VJC) 등 대형주의 주가가 저렴해진 상태에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도 추가 상승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VDSC는 “시장의 상황이 더 악화돼 VN지수가 900p 밑으로 떨어지면 840p까지 추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도 있다”며 “지나치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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