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오히려 집값이 3000만~5000만원가량 올랐습니다. 보유세 때문에 집을 내놓으려던 소유주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건축 대상 단지다 보니 투자수요가 대부분이지만 실수요자들도 많이 찾습니다."(개포주공7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 등 부동산 규제 여파로 주춤했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수개월째 관망하던 수요자들이 저가 매물을 위주로 매수에 나서면서 집값을 끌어올렸다. 송파를 제외한 강남3구(강남·강동·서초)에서도 재건축 사업 추진 기대감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아파트 값이 소폭 상승하며 분위기가 전환됐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6% 상승했다. 재건축 시장은 0.01%의 변동률을 나타냈다. 강남권은 재건축 아파트의 저가매물이 거래되면서 13주 만에 하락세가 멈췄다.
서울 아파트 값은 구로(0.17%), 강북(0.15%) 등 비강남권 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 위주의 거래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와 용산에 대한 개발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기대감이 더해지며 서울 아파트 값 오름세가 소폭 확대됐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강남권 주요 단지를 비롯해 양천구 등 비강남권에서 일부 급매물이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보유세 대상에서 제외된 수요들이 움직였다는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에 위치한 롯데캐슬루나 전용 84.98㎡는 지난 4월 4억75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5억3500만원까지 올랐다. 현재는 호가 5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동안 저평가된 지역으로 시세 변동이 거의 없었다. 이번 동북선 호재로 가격이 상승했다"면서 "보유세 발표가 나면서 실수요자들로부터 문의가 많이 온다. 하지만 소유주들이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의도·용산 개발구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여의도는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됐다. 개발 기대감에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도 오르는 분위기다.
시범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 개발을 언급하면서 거래가 더 활발하다. 재건축 속도가 빠른 단지는 매물이 거의 없다. 소유주들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4구의 분위기도 전환됐다. 송파를 제외하고 아파트 값이 0.06% 상승했고 재건축 아파트도 △강남 0.02% △강동 0.08% △서초구 0.19%로 상승전환했다.
강남구는 개포동 개포주공7단지와 반포동 신반포(한신3차) 등이 재건축 추진 기대감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개포주공7단지 전용 53.46㎡는 시세 11억4000만원에서 12억1000만원으로 형성됐지만 현재 호가 12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개포주공7단지는 내년에 추진위 신고를 할 예정"이라면서 "투자 수요가 유입되면서 지난달 대비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오른 시세로 거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잠실주공5단지가 저가매물 위주로 거래되면서 일반아파트 값이 0.01% 하락했고, 재건축 아파트도 0.33% 내렸다. 지난 1월 전용 76.49㎡ 13층 매물이 19억원에 거래된 반면 지난 5월 13층 매물이 17억9000만원에 거래되면서 하락추세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값이 올해 하반기까지 상승세로 이어질지는 거래량이 적다 보니 확신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아파트 값이 상승세로 완벽하게 전환되기 위해서는 거래량이 받쳐주면서 가격이 점진적으로 상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일 기준 7월 거래량은 3552건으로 앞으로 두 배 이상 거래가 된다 하더라도 작년 동월 거래량 1만4461건에 비해 턱없이 적은 거래량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국면에서 탈출할 때는 거래량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면서 "그동안 6월까지 보유세 공포가 매수심리를 짓누르고 있었는데 보유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이달 실수요자들 위주로 반짝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거래량이 적으면서 가격 상승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는 개발호재와 한강변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에 의해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수요자들이 유입된 것으로 해석됐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이달 일평균 거래량이 지난달에 비해 나아지기는 했지만 작년 대비 굉장히 줄어든 수치"라면서 "그동안 서울 전역으로 시세 대비 떨어진 급매물에 대한 일부 수요가 유입되면서 거래가 이뤄졌고 한강변 지역이나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에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수요자들이 호가에 거래하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병철 수석위연구원은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데다 공급 물량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어 전반적인 거래 증가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다만 개발 기대감이 높아진 여의도 등 일부 지역에서의 매수세는 조금 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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