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꾸준히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하고 있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지지부진한 협상을 두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백악관과 국무부 소식통들을 인용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사적인 자리에서 참모들에게 비핵화 협상이 기대만큼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을 두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에 사로잡혀 있으며 참모들에게 협상의 진전 상황을 하루도 빠짐없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시간표나 조건이 제기되지 못한 것을 두고 영양가 없는 회담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짜증은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낙관론을 이어가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라고 WP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도 기자들에게 “(북한과) 협상이 계속되고 있고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한 듯 비핵화 협상에 “시간이나 속도에 제한이 없다”면서 장기전을 기정사실화했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의 김두연 한국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이 이해할 수 없는 북한의 협상 스타일이라는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WP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후속회담의 취소하고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기본적인 대화 채널 유지에도 소홀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북한의 미사일 시설도 그대로 남아있으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핵심을 은폐하려 한다고 미국 정보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빈손 방북' 이후 미국 내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실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가운데 즉각적으로 비핵화 성과를 제시하기 어려워진 만큼 미군유해 송환을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WP는 전망했다. 북·미는 이달 회담을 통해 미군 유해 55구를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27일 항공편으로 송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 국방부는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김두연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할 때 사안의 복잡성과 장기화 때문에 인내심을 잃고 대화에서 물러나 다시 군사적 옵션을 진지하게 고려할까봐 걱정된다”면서 “비핵화 협상을 체결하는 데에도 긴 시간이 걸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더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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