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상 비판 발언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 방향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제롬 파월 의장의 입지는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꿋꿋한 행보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의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는 "파월 의장은 업무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면서도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중앙은행의 행보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지적했다.
FS 인베스트먼트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라라 레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발언이 실제로 정책을 바꾸려는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그저 현상황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연이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인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해 "기쁘지 않다”라고 언급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달러를 강하게 만들어 미국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높은 금리는 국외자금을 달러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EU가 그들의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금리를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재차 비판했다. 이어 금리인상이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것들을 손상시킬 것이라면서 강달러가 관세부과를 무력화시킬 수 있음에 대한 우려를 비쳤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한 것은 중앙은행이 연내 2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가 다소 하락하기는 했지만, 미국 국채 시장은 금리인상 전망에 따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연준은 올해 이미 2차례 금리인상을 했으며, 현재 연방기준금리는 1.75~2.0% 수준이다. 그러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연준은 최근 연내 금리를 2차례 추가인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으며, 금리 선물시장에서도 연내 2차례 인상 가능성은 60% 초반으로 다소 높게 반영하고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연준의 독립성을 손상시키려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미 연준의 독립성이 손상을 입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의 그렉 발리에르는 금리가 인상될수록 연준을 향한 트럼프의 비판은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보았다.
게다가 파월은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으며, 인플레이션 변수를 충분히 감안하고 있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만약 파월이 시장의 상황을 반영해 금리인상의 속도를 조절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정치적 압력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발리에르는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연준이 위원회를 통해 운영되기는 하지만, 결국 여론의 초점은 파월에게 맞춰져있다. (트럼프의 발언으로 인해) 파월이 어떤 정책을 내놓든지 동기를 의심받게 돼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올해 추가로 2차례 금리인상을 하고, 2019년에 또다시 2차례 금리를 인상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으로부터도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마켓워치는 지적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버몬트) 등은 연준의 긴축 정책에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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