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안낮추자 기술자료 뺏어 다른 업체에 건네…두산인프라코어 검찰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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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8-07-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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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심부품 상세정보 담긴 기술자료 유용해 이득 챙겨

  • 과징금 3억7900만원…법인 및 관련 임직원 검찰 고발

[사진=이경태 기자]

부품 가격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제3의 업체에게 건넨 두산인프라코어가 경쟁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제멋대로 유용한 것은 두산인프라코어였지만,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를 받은 업체는 정작 두산인프라코어 눈치를 보면서 피해사실 진술을 위한 심판정 출석조차 주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두산인프라코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했다고 23일 밝혔다. 법인과 간부직원 및 담당자 5명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삭기 같은 건설기계 등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자다. 지난해 매출액이 2조6513억원에 달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2010년부터 굴삭기에 ‘에어 컴프레셔’를 장착했다. 에어 컴프레셔는 압축공기를 분출해 흙‧먼지 등을 제거하는 장비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 에어 컴프레셔를 이노코퍼레이션이라는 하도급업체로부터 모두 납품받아 왔는데, 2015년부터 가격을 18%나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요구를 거절하자 에어 컴프레셔 제작도면 31장을 새로운 공급처로 지목한 제3의 업체에게 5차례에 걸쳐 전달, 이를 개발토록 했다.

도면 31장에는 핵심 부품과 용접‧도장 방법, 부품간 결합위치 등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도면 31장 중 11장은 거래과정에서 이미 확보해 둔 상황이고, 나머지 20장은 제3의 업체에게 지원해줄 목적으로 두차례에 걸쳐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는 기술자료 추가 제출 요구가 ‘에어탱크 균열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직전 1년 동안 납품 받은 에어컴프레셔 3000여대 중 에어탱크 부문에 하자가 있었던 것은 1건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에어탱크 균열이 아닌 ‘용접 불충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추가 제출받은 도면 20장은 모두 받고나서 3일~10일 사이 제3의 업체에게 전달됐고,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행위라고 판단했다.

이후 기존 업체는 에어 컴프레셔 공급에서 완전 배제됐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제3의 업체로부터 모델별로 많게는 약 10% 정도 낮은 가격으로 에어 컴프레셔를 공급받게 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또 냉각수 저장탱크 기술자료도 유용했다.

굴삭기 부품 중 하나인 ‘냉각수 저장탱크’ 부품을 납품받던 두산인프라코어는 납품업체가 가격을 인상해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거절하고, 제작도면 38장을 5개 사업자에게 전달해 제조가능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5개 사업자 간 거래조건에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지만, 도면 전달행위는 궁극적으로 부품가격 인하를 목적에 뒀다는 점에서 공정위는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3년 동안 30개 하도급업체들을 대상으로 ‘승인도’라는 기술자료를 제출받아 보관해 오고 있었는데, 이 자료를 요구할 때 서면을 통한 요구방식을 취한 경우가 없었다.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반드시 요구목적‧비밀유지방법 등 7개 사항이 포함된 서면으로 해야 한다.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에 시정명령‧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과 간부직원‧담당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기술유용 근절 대책’ 발표 이후 기계‧전자 등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조치는 그 첫 번째 결과물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하도급업체들은 대기업의 요구에 따라 기술자료를 제출하면서 대기업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비밀유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커녕 비밀이라는 표시조차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의 기술자료가 제3의 업체에게 전달되는 것을 용인했다거나, 피해사실 진술을 위해 공정위 심판정에 출석해 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모습들에서 우리 하도급업체들이 어떠한 위치에서 대기업과 거래하고 있는 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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