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업계의 점유율 싸움이 치열하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이탈로 1위 롯데의 아성이 주춤해지자 신라와 신세계가 야심차게 세력을 넓히고 있다. 특히 신라는 해외로, 신세계는 국내서 확장의 움직임이 거세다.
2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최근 업계 '빅3'의 점유율이 요동치고 있다. 시작은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의 인천공항 제1터미널(T1) 사업장의 반납부터다. 올 봄 인천공항 T1의 재탈환에 실패한 롯데면세점은 시장 점유율이 크게 하락했고 이 사이를 신세계가 급격히 치고 들어왔다. 이어 최근 신세계가 서울 강남점 면세점을 오픈하면서 면세업계 1~2위를 맹렬히 추격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기준으로 롯데면세점은 41.9%, 신라면세점(HDC신라면세점 포함)은 29.7%, 신세계면세점은 12.7%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 롯데가 내놓은 인천공항 T1 사업장의 연매출은 지난해 8700억원으로 알려졌다. 면세업계 전체 시장규모의 4%에 달하는 규모다.
우선 롯데면세점의 빠진 4%의 점유율이 산술적으로 신세계가 모두 가져간다고 가정하면 둘의 격차는 8%포인트로 좁혀지게 된다. 이에 따라 롯데면세점은 37%, 신라는 30%, 신세계는 대략 16%에 도달하게 된다. 아울러 최근 서울 강남점을 오픈한 신세계는 이 매장에서 연간 5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며 최소 3~4%포인트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추가로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면세업계의 총 매출은 14조원으로 1조원은 6~7%의 점유율 이동을 의미한다.
인천공항 T1과 서울시내 강남점 면세점의 추가 확보로 사실상 신세계는 20% 점유율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다.
물론 롯데와 신라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업계의 상위 사업자들은 1%의 점유율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중소 규모의 공항면세점으로 알려진 김포공항면세점 입찰에 총 8개의 업체가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 중 대기업 5곳은 롯데를 비롯해 신라, 신세계, 두산, 현대백화점 등이다. 김포공항은 연매출이 600억원으로 알려져 있어 면세점 전체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국내의 시장 포화상황을 감안해 롯데와 신라는 꾸준히 해외 시장의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신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호주 JR면세점의 인수도 검토 중이다. 이는 롯데면세점이 그간 매출 의존도가 심했던 중국인 관광객의 비율을 낮추고 다변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신라면세점 역시 해외사업장의 잇따른 확보로 매출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앞서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등 아시아 3대 허브공항을 모두 확보하며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국내 면세사업자 최초로 해외 매출 7000억원을 넘어서며 타 경쟁사 대비 높은 해외매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롯데와 신라는 최근 대만 타오위안국제공항의 입찰에도 관심을 보이며 해외시장을 두고도 경쟁을 벌이는 분위기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면세업계의 단체관광객이 늘어나는 상황이고 업계의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다"며 "과거 빅2의 독주체제에서 신세계가 빅3로 가담함에 따라 경쟁에 따른 국내 업체들의 시너시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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