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주식시장에서 상장사들의 회사명 변경 열풍이 불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이미 200개 이상의 상장사가 회사명을 바꿨다. CI교체, 홍보비용 등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변경을 위해 대다수 기업은 사명변경을 계획한다. 그러나 중국경제망(中國經濟網)은 중국 A주 기업들의 사명변경에는 검은 속내가 포함됐다고 23일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 A주 시장에서 갈수록 확대되는 상장사들의 변칙적인 사명변경은 실적 부진, 위법행위에 따르는 처벌 등 불명예를 감추기 위함”이라며 “이들의 이런 행동들이 A주 시장 성장을 제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선저우이차오(神州易橋,000606.SZ)는 회사명을 ‘선저우이차오 데이터서비스주식회사’에서 ‘순리반(順利辦) 데이터서비스주식회사’로 변경했다. 부동산 경영업체였던 정허주식(正和股份)은 회사 이름을 저우지석유가스(洲际油气)로 바꾸고 에너지종목으로 전환했고, 폭죽제조업체였던 슝마오옌화(熊猫烟花)는 슝마오금융지주(熊猫金控)로 이름을 바꾸며 과학기술금융회사로 업종을 바꿨다.
중국경제망은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상장사들의 잦은 사명변경은 기업의 안 좋은 모습을 감추려는 속임수로 자본시장을 교란하려는 의도가 내포됐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이름은 상장사의 무형자산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물론 다른 기업과의 인수합병(M&A), 주요 사업 변경, 대주주 교체 등으로 회사 이름이 바뀌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A주 상장사들이 이와는 상관없이 막무가내로 회사 이름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이름, 사업 분야를 변경하는 상장사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들의 이유 없는 사명변경 시도는 부진한 실적, 위법사례 등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감추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또 이름을 바꿔 새로운 회사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켜 자본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결국 경영난에 허덕이는 러스(樂視·러에코)의 최근 회사명 변경이 이 같은 주장에 신뢰감을 높이고 있다. 러스는 최근 회사 이름을 ‘러룽(樂融)’으로 바꿨다.
류수칭(劉淑靑) 러스왕 최고경영자(CEO) 겸 러룽그룹 브랜드 책임자는 “‘프리미엄 인터넷 브랜드’ 러룽으로 스마트라이프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스의 회사명 변경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업공개(IPO) 의혹, 자금난, 자웨팅(賈躍亭) 회장 사임 등 여러 차례 위기를 겪은 러스는 올해 러스TV의 주체인 러스즈신(乐视致新)을 러룽즈신으로 바꾸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상하이(上海), 선전(深圳)증권거래소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는 상장사의 기업명 변경 행위를 규범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일부 상장사들이 새로운 업종 진출 등을 이유로 사명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이 새롭게 진출하려는 업종의 전문적인 자질을 갖추지 않아 사명변경 사유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태다.
중국경제망은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상장사가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M&A 등에 따른 사업 전환, 회사명 변경보다는 단순한 이미지 개선 이유로 이름을 바꾸려는 상장사가 많아 갈수록 이와 관련된 문제가 생길 확률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