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오른쪽) [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전쟁을 시사하는 듯한 초강경 경고를 날렸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낸 각본대로 이란을 향해서도 수사와 제재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도지만 이란을 북한과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지목해 "절대로 다시는 미국을 위협하지 말라“며 "그렇지 않으면 역사를 통틀어 이전에는 거의 아무도 경험해본 적이 없을 결과로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문장 전체를 모두 대문자로 써 특별히 강조했다.

[사진=트위터]
이는 로하니 대통령이 같은 날 앞서 “미국은 이란과 평화는 모든 평화의 어머니요, 이란과 전쟁은 모든 전쟁의 어머니가 될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며 경고하자 더 큰 위협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날린 ‘화염과 분노’ 경고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한 지도층을 가리켜 “이란 주민은 고통받도록 놔두면서 자신은 막대한 부를 챙긴 위선자들”이라면서 이란의 정권교체를 희망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압박 전략은 대북 각본에 의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이 북한의 전향적인 변화 태도를 이끌어냈다고 판단, 이란에도 집요한 압박을 통해 이란이 미국이 원하는 새롭고 포괄적인 핵협상을 타결하려는 셈법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과 이란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이란은 많은 나라와 거래하고 있으며, 이란 핵합의 역시 이란의 탈퇴 후에도 여전히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 반면 북한의 경우 유엔 차원의 단결된 제재를 통한 강한 압박이 가능했다.
이란의 정권교체가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와 달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스캇 루카스 영국 버밍엄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는 CNN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정부는 부패와 경제 둔화에 따른 이란 국민들의 강한 저항을 기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란은 강경파가 주무르고 있으며 이란 지도층은 국민들에게 애국심에 호소하면서 미국에 맞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론에 의구심을 더한다. CNN은 북한을 거세게 압박한 전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을 수는 있었지만" 비핵화에 성공했다고 판단하기 이른 만큼 이란에 같은 접근법을 구사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3일에도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상을 두고 참모들에게 화를 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반박하면서 “매우 행복하다”며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낙관론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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