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그룹이 글로벌 의약품 위탁생산 시장 장악에 나섰다. 삼성은 바이오의약품, SK는 화학합성의약품 분야에서다. 바이오의약품은 재조합 DNA 기술을 응용해 여러 세포에서 대량으로 순수하게 생산된 의약품, 화학합성의약품은 흔히 주변에서 보는 알약과 같이 약용식물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해 정제·합성된 의약품을 뜻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투자전문 지주회사 SK는 최근 미국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앰팩 파인 케미컬즈’ 지분 100%를 인수키로 결정했다. 앰팩은 항암제·심혈관 치료제 등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총 의약품 생산량은 60만ℓ 규모에 이른다.
이로써 SK그룹은 현 국내 의약품 생산공장과 지난해 인수한 SK바이오텍의 아일랜드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을 합쳐 연간 총 100만ℓ 규모에 이르는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SK그룹은 향후 생산공장 증설을 통해 2020년 이후 의약품 총 생산능력을 160만ℓ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연간 총 생산량 155만ℓ 규모로 화학합성의약품(원료의약품 포함) CDMO 업계 글로벌 1위 업체인 스위스 ‘지크프리트’를 제치고 1위에 오를 수 있게 된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행보와 닮아 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2월 바이오의약품 3공장을 착공해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약 8500억원이 투자된 3공장은 지상 4층, 면적 11만8618㎡의 규모로 연간 18만ℓ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간 총 생산규모는 1공장 3만ℓ, 2공장 15만ℓ에 3공장까지 더해 총 36만ℓ 규모에 이르게 됐다.
이는 현재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업체 베링거인겔하임(30만ℓ)과 론자(28만ℓ)를 넘어선 기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공장 준공과 함께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규모 1위를 차지하게 됐다.
다만 이번 준공은 생산시설 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향후 1년간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의 유효성 평가를 진행한 후 2년에 걸쳐 바이오의약품 시생산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등의 승인이 완료돼야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시기가 이르면 2020년 후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SK그룹의 공장 증설계획 완료시기와도 겹친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 말에는 국내 두 그룹이 각각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과 화학합성의약품 분야 생산능력 1위로서 관련사업을 이끌어가게 된다.
생산능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설비 수준 차별화와 가동률은 사업규모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이 보유한 독창적 대규모 상업용 플랜트 설계기술을 적용해 ℓ당 투자비를 낮췄고, 3공장에는 핵심설비 이중화 설계 등 높은 생산능력과 효율을 갖추고자 했다. 이러한 설비 차별화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한 2공장은 지난해 말 가동률이 60%를 넘어선 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SK도 앰팩 인수를 호재로 보고 있다. 앰팩은 이미 다수 신약 제품 임상시험·산업용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글로벌 제약사와 20년 이상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연 1조원 이상 매출이 기대되는 신약물질에 대한 단독·우선 공급권도 확보하고 있다는 게 SK 측 설명이다. 특히 생산공장이 미국 내에 마련돼 있다는 점은 SK가 글로벌 사업을 펼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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