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며 창업 및 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AI 기업이 수익 없이 부채에 허덕이는 '풍요 속 빈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장려책에 AI 창업 난무…90% 이상이 적자
중국 정부는 2015년 ‘인터넷 플러스’에 이어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규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전 세계 AI 기술을 선도할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후 중국의 AI 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2일 칭화(淸華)대학이 발표한 ‘2018 중국 인공지능 발전 보고’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237억 위안(약 3조9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올해 시장 규모는 414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관련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인공지능 산업에 투입된 융자 규모는 총 395억 달러(약 44조8000억원)로, 1208건의 투자 거래가 성사됐다. 그 중 중국에서 이뤄진 거래는 총 369건, 융자 규모는 277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AI 관련 기업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투자부문에서 융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기술 상용화 진척이 더딘 점은 주요 리스크로 떠올랐다. '2017 중국 유니콘기업 발전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AI 기업 중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은 단 13곳에 불과했으며 적자에 시달리다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50곳이 넘었다.
‘2018 베이징 인공지능산업 발전 백서’에 따르면 2018년 5월 기준 중국 내 AI 기업 수는 4040곳으로, 이들이 받은 융자 총액은 전 세계 70%를 차지했다. 하지만 90% 이상의 기업들이 실적을 내지 못해 부채에 허덕이고 있으며 기업 자금은 대부분 연대보증의 융자로 구성돼 원활한 조달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기간 영업이익을 내지 못할 경우 창업자들의 연쇄 부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빠른 상용화 관건…빅데이터 확보 총력
업계에서는 중국 AI 기업들이 14억명에 달하는 인구를 바탕으로 많은 연구성과를 이뤄냈지만, AI 기업의 성공 기준은 연구가 아닌 빠른 상용화라고 꼬집었다. 논문 발표 등 AI의 이론적인 부분에서는 중국의 성과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를 실용적으로 적용해 수익을 내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익성 창출을 위해 인재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AI 분야에서 중국이 보유한 인재는 1만8232명으로, 그중 세계적 수준의 핵심인재는 977명에 불과하다. 미국이 보유한 AI 분야 핵심인재는 4500명 이상으로 중국의 5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상용화에 필요한 실용 인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만약 상용화에 성공해 수익성이 보장된다면 중국의 AI 산업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4년부터 중국 AI 영역의 초기 투자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상용화 부분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중국으로선 고무적인 일이다. 베타버전에 대한 투자 대신 시리즈A 투자가 전체 흐름을 주도하고 있어 향후 1~2년 내 AI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A 투자는 베타버전을 정식 상용화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받는 투자다.
AI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향후 5년 내 AI 기업 중 90%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빅데이터를 확보한 극소수의 기업이 전체 AI 업계를 장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AI를 통해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은 2025년으로 예상하며 향후 5년간 AI 업계에서는 생존을 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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