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도한 정책 '내우외환' 빌미…정권 위기설 짙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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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7-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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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역전쟁에 의약비리까지, 잇단 악재 곤혹

  • 習 핵심 국정과제 허점, 中 사회 동요 조짐

검사기록 등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중국 창성바이오의 광견병 백신. [사진=바이두 캡처]


미국과 힘겹게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에 '불량 백신' 파동까지 불어닥치는 등 내우외환이 잇따르고 있다.

올 초부터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을 깔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곤혹스러울 법한 상황이다.

특히 시 주석이 주창한 '중국제조 2025'가 무역전쟁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국민 건강과 직결된 보건 정책에도 허점이 드러나면서 내부 동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불량백신' 전방위 수사, 정부 책임회피 행보도   

24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광견병 백신의 데이터를 조작하고 불량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을 공급한 창성(長生)바이오에 대해 중국 사정 당국이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본사가 소재한 창춘시 공안국은 가오쥔팡(高俊芳) 회장과 임원 4명을 체포했고, 지린성 기율검사위원회와 감찰위원회는 해당 기업과 현지 보건 당국 간의 부패 의혹 조사를 시작했다.

아프리카 순방 중이던 시 주석이 전날 관련 소식을 접하고 "악질적이고 몸서리나는 일"이라며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지시하자 즉각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창성바이오에 대한 수사에 사정 당국을 총동원하면서도 전문가를 앞세워 이번 사태를 의약계 전반의 문제가 아닌 특정 기업의 일탈로 규정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우하오(吳昊) 수도의과대학 감염센터 주임은 "중국은 생산되는 모든 품목의 백신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다"며 "가짜 백신이 공급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왕웨단(王月丹) 베이징대 기초의학원 교수도 "중국의 백신 기술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해 수입 백신과 차이가 없다"며 "이번 사태 때문에 수입 백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8월 '건강 중국 2030'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국민의 건강 수준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시 주석은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며 "건강은 민족 창성과 국가 부강의 중요한 지표"라며 "정부는 책임감을 갖고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 순위로 삼아 보건 정책을 수립·시행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내부 동요 막기 안간힘, 무역전쟁에 '이중고'

하지만 불량 백신 파동으로 의약계에 만연한 부패와 간단한 백신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역량 부족만 사실로 확인됐다.

특히 중국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고발한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我不是藥神)'가 불러일으킨 파장과 맞물려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비싼 약값에 신음하는 암 환자들의 사연에 리커창(李克强) 총리까지 "암 등 중증 질환자가 돈이 없어 약을 못 사는 현실에 대한 호소는 약값 인하와 물량 확보의 시급성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약값 인하를 촉구했다.

중국 정부는 여론 동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이날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 내 25개 성(省)과 직할시에서 창성바이오의 불량 백신 사용을 중단한 사실을 보도했다. 간쑤성 등 일부 성에는 창성바이오의 제품이 아예 유입되지 않았다는 소식도 타전했다.

또 각 지방정부가 항암제 인하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갑자기 쏟아지고 있다. 베이징과 후베이성 등에서 중국 제약사는 물론 화이자·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까지 항암제 가격을 3.4~10.2% 낮추기로 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겪는 와중에 내부 악재까지 추가되면서 사회 불안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시 주석이 지난 2015년 첨단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며 주창한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가 무역전쟁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는 점도 부담이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시 주석 집권 이후 야심차게 추진한 정책들이 내우외환의 빌미가 되거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초조해 하는 기색이 엿보인다"며 "일각에서 정권 위기설까지 제기되지만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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