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인사이드] 평택 '수돗물 단수'사태…예견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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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정태석 기자
입력 2018-07-2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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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무부서 허위보고에…거짓말에 책임은 떠밀기식

경기 평택시 청사 전경. [사진=아주경제 DB]


"깜짝 놀랐죠, 갑자기 물이 나오질 않으니까요...영상 37도를 육박하는 지금같은 찜통 더위에 씻지도 못하고, 심지어 다음날엔 아침밥도 못해먹고 출근 했어요...정말 짜증나서 돌아버릴 것 같더라고요..."

회사원 김민호씨는 얼마 전 평택시에서 발생한 '수돗물 단수 사태'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경기 평택시 포승면과 팽성읍, 청북면 일대에 '수돗물 공급'이 전면 중단된 건 지난 17일 밤 11시쯤. 1만10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 일대에 하루 반나절, 무려 40시간이 넘도록 수돗물이 나오질 않았다.

단수 원인에 대해 평택시가 내놓은 공식적인 입장은 이렇다.

연일 영상 37도를 육박하는 무더위와 인근 수원, 화성시 등 인구 증가에 따른 상류지역의 물 사용량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하류지역인 평택까지 내려오는 광역상수도 수압이 떨어져서 발생된 일이라고.

여기에 또 하나의 이유를 붙인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물 사용량 증가로 인한 영향도 크다고 지난 19일 평택시민들에게 긴급 문자까지 발송했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이런 내용에 대해 이날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까지 자청했다.

이 말대로라면 '평상시 보다 물 사용량이 많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시적인 현상이고 큰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평택시의 이 같은 해명이 사실일까? 그 이면에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거짓말'이 담겨 있는 것으로 취재 과정 에서 확인됐다.
 

[경기 평택시 청북2 배수지 가압장. 20년 넘게 노후된 이 가압장이 고장나 가동이 중단된지 오래다. 사진=아주경제 DB]


사실상 이번 '수돗물 단수 사태'에 가장 큰 원인은 '배수지 가압시설'에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압시설은 배수지에 물을 담기 위한 절대적인 시설이다. 배수지는 시스템 특성상 대부분 높은 곳에 설치되는데, 가압시설이 없으면 빠른 시간 안에 '배수지 채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병 속에 있는 물을 빨대를 넣고 입으로 빨아 들이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평택시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수돗물이 이같은 시설에 의해 공급되고 있는거다.

단수사태가 일어난 팽성과, 포승, 청북지역에 설치된 배수지에 담겨진 물은 이날 전체 3만톤 가운데 10% 미만이었다.

왜 배수지에 물지 차질 않았을까. 20년이 넘은 노후된 가압시설 고장이 원인이었다.

결국 이 지역에 하루 평균 5만t 정도를 공급할 수 있는 배수지의 물은 턱 없이 부족했고, 급기야 40시간이 넘는 단수사태까지 이르게 된거다.

정 시장은 실무부서에서 처음 올라온 허위보고를 마치 사실인것 처럼 공표했고, 심지어 애꿎은 삼성전자의 기업 이미지까지 실추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결과적으로 사실을 감추기 위한 실무부서의 꼼수와 거짓말이 되돌릴 수 없는 큰 오해를 만들었고, 여기에 공무원의 신뢰도까지 떨어졌다.

이틀 동안 이어진 수돗물 단수사태는 평택시 수돗물 공급이래 사상 처음인데, 상식이하의 행정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사고였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이 책임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묻지를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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