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식진흥원, 인터넷 검색만 되면 ‘해외한식당’으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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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8-07-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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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해외한식당 3만3499개…일식집‧쇼핑몰 등이 한식당 통계로

  • 엉터리통계 기반 한식세계화 정책 추진한다며 100억원 넘는 예산 사용

  • 日, 일식세계화에 문화+농수산 수출 연계…韓, 이제야 ‘한식’ 정의 내려

[사진 = 아이클릭아트]


한식진흥원이 지금껏 인터넷 검색과 해외 전화번호부에서 한식당으로 추정되는 식당을 골라 해외 한식당 통계를 작성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확한 확인절차 없이 통계가 집계된 탓에 중식당이나 일식집이 한식당으로 둔갑하는 사례가 상당수 발견됐다. 쇼핑몰을 한식당으로 오인하기도 했다. 단순 검색으로 집계한 한식당에 대한 검증 과정이 허술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한식진흥원이 '엉터리' 통계를 바탕으로 한식세계화 사업을 추진하며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해외 한식당은 지난해 기준 90개국에 총 3만3499개로 집계됐다. 9253개였던 2009년과 비교하면 3.6배 늘었다. 드라마와 K-팝 등 한류에 편승, 한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한식당 수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식진흥원 관계자는 "해외 한식당 통계는 일차적으로 해외 사이트‧해외 전화번호부에서 한식당으로 추정되는 식당을 추려낸다"며 "1차 조사자료에서 중복 여부를 체크하고, 확정된 식당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해외 한식당 수가 지난해 3만3499개였다.

그러나 단순 검색으로만 한식당을 골라내다 보니, 통계의 정확성에 오류가 적잖게 발견됐다. 한식진흥원이 해외 한식당이라고 밝힌 곳 가운데는 중식집이거나 호텔, 쇼핑몰 등 엉뚱한 곳도 있었다. 이는 통계에 나온 주소나 상호를 단순 검색해도 쉽게 알 수 있다.

한식진흥원의 해외한식당 중 영국 버밍엄에 있는 A한식당은 원래부터 중국음식점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양꼬치집은 B한식당으로 소개됐다.

캐나다의 한 중식당은 ‘중화요리 전문점’을 내걸고 장사를 하고 있지만,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번 통계에 포함됐다.

일본 에히메(愛媛県)현에 위치한 C한식당은 음식점도 아닌 쇼핑몰로 확인됐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D한식당 역시 일식집이다.

모로코에 유일하게 있는 E한식당은 주소가 엉뚱하게 멕시코 음식점을 가리키고 있다. 우간다에도 한 곳 있는 한식당은 사실 호텔이다.

정확하지 않은 통계임에도, 한식진흥원은 매년 정부로부터 한식세계화사업 명목으로 100억원이 넘는 위탁사업을 받아내고 있다. 지난해 정부위탁사업 규모는 131억8900만원에 달한다.

이 중 지난해만 해외한식당을 컨설팅한다며 6억2600만원을 사용했다. 수출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만 18억2400만원을 썼다.

한식진흥원은 최근 "올해 이 통계 결과를 반영해 한식당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을 중점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가까운 일본과 비교하면 창피한 수준이다. 일본은 현지에서 ‘일식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음식점을 대상으로 메뉴비율부터 자국 식재료 사용비율 등을 파악한다.

또 ‘일식‧음식문화 보급검토위원회’를 설치, 일식 세계화가 곧 문화수출이라는 점에서부터 출발한다. 음식에 식기나 술 등을 곁들여 세계시장에 접근한다. 해외 일식집과 자국 농수산물 수출을 연결해 내수도 챙긴다.

‘2020년까지 해외 한식당 5만개’라는 목표만 제시한 한식진흥원과 대비된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한식 세계화를 강조하며 2010년 한식진흥원이 출범했는데, 한식산업 진흥‧발전 내용을 담은 한식진흥법은 8년이 지난 올해 입법예고됐다. ‘한식’이란 용어의 정의도 이제야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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