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구글을 이끌 적임자가 있다면 바로 워런 버핏이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가 2014년 파이낸셜타임스(FT)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듬해 구글은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했다. '투자귀재'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처럼 말이다. 그는 버크셔라는 지주회사 아래 수십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24일(현지시간) 알파벳이 인터넷 시대의 버크셔가 될 태세라고 보도했다. 알파벳을 주목하고 있는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알파벳의 투자 공세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검색엔진 업체로 시작한 구글, 지금의 알파벳은 그동안 기술 부문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업체 유튜브를 인수하고 자율주행차, 클라우드컴퓨팅 시장에 진출한 게 대표적이다.
버핏도 50여년 전인 1965년 당시 작은 방직회사에 불과했던 버크셔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보험, 철도, 아이스크림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에 투자하며 몸집을 불렸다. 버핏이 현재 운용하는 주식 포트폴리오 규모만 1700억 달러(약 191조원)가 넘는다.
알파벳도 적극적인 투자 베팅으로 기술업계에서 가장 활발한 벤처캐피털 투자자로 거듭났다. 지난해 투자 건수만 103건에 달한다. 알파벳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래 기술을 선점한 셈이기 때문이다.
앤디 하그리브스 키뱅크 애널리스트는 "알파벳은 강력한 위상과 광고가 뒷받침 되는 동영상, 하드웨어, 클라우드(컴퓨팅),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등 독특한 조합을 갖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이들 부문이 회사에 매우 큰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벳이 종전 기대치를 뛰어넘는 매출 성장세와 이익을 낼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하그리브스는 알파벳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재확인하며, 주가 목표치를 1230달러에서 1430달러로 높여 잡았다. 전날 종가보다 18%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버핏은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철칙으로 유명하다. 같은 이유로 기술업종 투자를 꺼려온 그는 지난 5월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구글과 아마존에 투자하지 않은 건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최근 애플의 3대 주주가 된 버핏은 '실리콘밸리의 현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버핏은 원래 고향이자, 버크셔의 거점인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렸다.
한편 알파벳은 전날 기대 이상의 2분기 실적을 기록해 이날 주가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2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1.75달러로 월가 예상치인 9.59달러를 훌쩍 넘겼다. 같은 기간 주식 투자 수익만 10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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