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취임 이후 '보수 가치 재정립'을 강조해온 만큼 당이 기존 '친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해 '경제 중심 정당'의 면모를 세우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첫 비대위 회의를 열고 신임 비대위원과 당직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회의장 한쪽 벽면에는 '책임과 혁신'이라는 문구가 쓰인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오늘에서야 당의 지도부가 완전히 구성되고 집행부도 제 모습을 갖춰가는 것 같다"며 "보통 때보다 어려운 상황인 만큼 더 각별히 신경 쓰고 노력하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일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전날 비대위원에 임명된 최병길 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와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 이수희 마중물 여성연대 대변인, 정현호 한국청년정책학회 이사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중 최병길 위원과 김대준 위원은 경제 분야 전문가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최병길 위원은 "전 40년 가까이 기업에 몸담았다"며 "기업의 존립 기반은 고객이고, 정당의 존립 기반은 국민이다. 기업은 고객을 위한, 정당은 국민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고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이 말한 '가치'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이후 김 위원장이 "소상공인과 서민의 목소리를 담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소개한 김대준 위원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김 위원은 "현재 600만 소상공인과 그 사업장에서 일하는 취약 계층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럼에도 최근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의 역설로 고용 불안과 생활이 어려워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한국당과 함께 (이 문제를) 정책적으로 풀어나가면서 소상공인이 경제 한 축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자립 기반을 잡고자 참여하게 됐다"며 "소상공인·노동취약계층이 한국당에 유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당의 이 같은 '서민경제 행보' 움직임은 당이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 6·13 지방선거까지 참패하면서 그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면서 '사람 중시하는 정당'으로 인식되는 동안 한국당은 '조국 근대화'나 '냉전적 안보관'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오해를 받은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된 김선동 의원은 "이제 우리 보수도 '자유민주주의'나 '시장주의'만 말할 게 아니라 그 원칙하에서 왜 이런 정책을 추구하고, 한편으론 시대에 맞게 담론이나 가치를 조정해 나가는 문제 등을 정립해 국민에게 선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그간 '친기업·반노동'으로 비쳤던 당의 정책 노선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는 "노동정책 분야에서도 한국당이 지켜주고 보호해줘야 한다는 노동 계층이 있고, 또 그렇지 못한 계층이 있다"며 "오히려 우리가 대부분의 건강한 근로자를 지켜주고 이분들의 일자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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