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지에서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베트남 국영 온라인매체 VN익스프레스는 “베트남 정부가 국가 경제 성장 동력으로 관광산업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이 두 아시아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전문가들을 고뇌에 빠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베트남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7.2% 늘어난 798만명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36.1%가 증가한 256만명에 달했고, 한국인 관광객은 60.7%가 확대된 170만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베트남의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보다 29% 증가한 1290만명으로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한 바 있다.
신문은 “한국인과 중국인의 베트남 관광 열풍이 현지 시장 다양화의 앞길을 막고 있다”며 “이들 국가에 대한 베트남의 의존은 관광산업 왜곡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공타임스(Saigon Times)는 티엔민그룹 회장 발언을 인용해 “중국인과 한국인들이 수년간 베트남 중부 해안의 나트랑과 다낭을 방문했다. 두 도시 호텔 객실에 대한 수요는 항상 높았다. 하지만 다른 도시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티엔민그룹은 동남아시아에 기반을 둔 여행 및 서비스 통합 업체다.
티엔민그룹 회장은 “현재 베트남 관광업계의 불균형 현상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은 해변을 선호하기 때문에 나트랑과 다낭에만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나트랑 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나트랑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50.6%가 급증한 117만명에 달했다.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은 74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62%가 증가했고, 러시아인은 2.7%가 늘어난 20만7500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1만8120명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3위 자리에 올랐지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37%로 중국 다음으로 높았다.
올해 한국인 관광객들이 특히 많이 방문한 곳은 다낭이었다. 상반기 다낭을 찾은 외국인 160만명(전년비 약 50% 증가) 가운데 한국인은 8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이 늘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36%가 증가한 36만8000명으로 확인됐다.
티엔민그룹은 베트남 관광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장 다각화를 통해 중국과 한국이 아닌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각양각색의 문화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이공타임스는 많은 여행사가 베트남의 높은 항공료가 관광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호찌민시에 본사를 둔 여행업체인 Vong Tron Viet는 “막강한 인구력을 자랑하는 인도는 관광시장 성장에 주요 요인이다. 그러나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비해 높은 가격의 항공권 때문에 베트남은 인도인에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인도인 관광객들은 해외 여행지로 베트남보다 태국을 더 선호한다. 그 이유는 비슷한 여행 일정에도 베트남 관광상품 가격은 태국 상품의 2배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베트남 항공시장은 베트남항공, 제트스타퍼시픽, 비엣젯항공 등이 주도하지만, 베트남항공이 제트스타퍼시픽의 지분 70%를 차지하고 있어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가격 경쟁도 없다.
한편 브엉 딘 훼(Vuong Dinh Hue) 베트남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국가 경제성장률 유지를 위해 원유 의존도를 줄이고 관광산업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관광산업이 서비스 부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더 많은 관광객 유치는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의미한다”며 “관광은 환경친화적이고, 안전한 경제이므로 100만t의 원유를 찾는 것보다 1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더 낫다”고 부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