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 거주중인 대학생 루이페이(陸一飛) 씨가 최근 구매한 스마트폰에 다운받은 앱은 달랑 하나다. 바로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微信∙웨이신)’이다. 위챗만으로도 루씨가 이전에 즐겨 사용한 거의 모든 앱의 구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챗이 시작한 샤오청쉬(小程序)가 중국 모바일 생태계를 완전히 뒤집고 있다. 과거엔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앱 스토어 혹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아 사용했지만 이제는 샤오청쉬 앱 하나만으로도 게임∙쇼핑∙결제∙뉴스구독 등이 가능해지면서 소비자의 모바일 이용 패턴을 확 바꿔놓은 것이다.
‘미니앱’∙’미니앱 프로그램’ 정도로 해석되는 샤오청쉬 인기가 계속되자 알리바바와 바이두까지 관련 서비스를 내놓으며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는 미니앱 경쟁의 서막을 올렸다.
◆’외면’ 받던 위챗의 샤오청쉬 1년 만에 대성장
지난해 1월 중국 IT 기업 텐센트는 샤오청쉬를 야심 차게 선보였다. 샤오청쉬는 위챗 내에서 필요한 앱을 구동시킬 수 있는 일종의 모바일 앱 스트리밍 서비스다. 사용 빈도가 낮은 앱을 다운로드 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사용자는 휴대폰 저장 공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앱 개발자는 운영체제와 상관없이 단순히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5'만 개발하면 된다는 장점 때문에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됐다.
다만 출시 초기에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앱 구동 끊김 현상과 상호보완 등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사용자와 앱 개발자 모두가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텐센트의 지속적인 문제점 개선으로 지난해 중반부터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8 샤오청쉬 생태 진화 보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위챗으로 구동할 수 있는 샤오청쉬의 개수가 100만개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58만개에 비해 72%가 늘어난 것이라고 중국경제신문(中國經濟新聞)이 24일 보도했다. 누적 이용자수도 6억명을 돌파해 위챗의 샤오청쉬는 올해 중국 모바일 이용 트렌드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꼽혔다. 샤오청쉬라는 이름도 이제 중국에서 미니앱을 뜻하는 고유명사처럼 자리잡은 모습이다.
이 같은 샤오청쉬의 성공은 중국 국민 메신저 ‘위챗’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위챗은 현재 누적 이용자가 약 9억명에 달하고 위챗 내에서 개설된 공식계정만 2000만개다. “위챗 없이는 생활이 안 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샤오청쉬 전쟁 BAT ‘3파전’으로
위챗의 샤오청쉬 열풍에 자극을 받은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도 뒤따라서 지난해 8월 자체적으로 샤오청쉬를 출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용률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중국경제신문은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중국에서 크게 흥행한 영화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我不是藥神)’ 덕분에 지난해 8월 출시한 알리페이 샤오청쉬가 그나마 인기를 끌었다”고 말한다. 중국 의료∙제약 업계를 소재로 한 영화와 연관한 보험지식과 관련한 미니앱이 알리페이 샤오청쉬에서 인기를 끈 것이다. 위챗 샤오청쉬에는 해당 분야의 미니앱 사용과 검색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 상영 기간 동안 알리페이 샤오청쉬 방문율은 414%나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알리페이 샤오청쉬를 만만히 봐선 안 된다고 분석한다. 알리페이 샤오청쉬는 마이진푸 등 알리바바의 금융 서비스관련 앱 구동이 활성화 돼 있기 때문에 개인 사용자보다는 기업 사용자가 많다. 알리페이 관계자는 위챗 샤오청쉬와의 차별점을 묻는 질문에 “알리페이 샤오청쉬는 정부기관∙기구∙기업과 개인을 연결하는 서비스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국에서 불고있는 ‘샤오청쉬 전쟁’에 바이두도 곧 참전할 예정이다. 바이두는 앞서 4일 열린 바이두 AI 개발자 회의에서 오는 12월 바이두의 샤오청쉬 플랫폼 ‘지능(스마트) 샤오청쉬’를 출시할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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