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및 철강업계가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가격 인상안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수주 보릿고개'인 현 시점에 후판가 인상을 거둬달라는 입장인 반면, 철강업계는 양보해줄 만큼 해줬다는 주장이다.
26일 조선 및 철강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최근 포스코에 후판 가격 인상과 관련, 직접 만나 협상하자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고위 임원은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와 협상이 잘될 경우 다른 철강사들에서도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면서 "다만 포스코 회장 내정자가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취임하는 만큼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조선협회에 따르면 후판 가격이 t당 10만원 인상될 경우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의 영업손실은 한해 42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만 해도 추가 부담액이 25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조선업계는 최근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업 생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인상 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수주가 회복되긴 했으나 올해 선박 건조량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건조량(1400만 CGT)에 턱없이 모자란 780만 CGT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상반기 신조선 수주량(496만 CGT)도 전년동기의 601만CGT 대비 17%가 감소하는 등 완전한 시장회복기에 진입했다고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은 최근 큰 폭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며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현재 생계형 수주가 대부분인 조선사의 적자 심화는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철강업계는 2016년 말 이후 후판 가격을 4반기 연속 인상한데 이어 올 하반기에도 t당 3만~5만원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3일 진행된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조선 수주가 늘면서 후판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이런 기저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후판가격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1위인 포스코가 후판 가격 인상의 불을 당길 경우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도 일제히 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지금까지 조선소들의 편의를 봐줬다"며 "철강에 대한 세계 각국의 무역 규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조선시황이 본격 회복되고 수주물량의 건조와 맞물려 철강업계의 후판 공장 가동율도 높아질 것"이라며 "조선업계 또한 국내 후판 사용을 확대하고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등으로 인한 고망간강 등 수요를 늘리면 철강사와 동반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