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가 오는 9월 정부의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상생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으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PP만 참여시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재허가 심사에 대비하고, 프로그램 사용료 등 민감한 현안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이란 비판이 나온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결과적으로 방조,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한국IPTV방송협회(이하 IPTV협회)와 IPTV 3사(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KT스카이라이프, IPTV협회 소속 6개 PP는 최근 ‘콘텐츠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9일 첫 회의를 열었다.
콘텐츠발전위원회는 유료방송시장 내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시장 질서를 확립해 동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IPTV와 PP가 자율적으로 구성했다. 콘텐츠발전위원회는 프로그램 사용료 등의 주요 이슈를 논의하고 사업자 간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IPTV협회와 KT가 콘텐츠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의제를 선정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왔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콘텐츠발전위원회의 구성 단계부터 첫 회의가 열린 최근까지 일련의 행보를 근거로 IPTV가 ‘보여주기식 상생’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먼저 콘텐츠발전위원회의 태생 자체가 IPTV 재허가를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의 IPTV 재허가 조건 부가 사항에는 PP와의 상생 방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발전위원회에 참여하는 사업자만 보더라도 상생과 거리가 멀다. IPTV협회는 콘텐츠발전위원회 구성 시 협상력이 높은 대형 PP들은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대형 PP들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등에도 회원사로 등록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콘텐츠발전위원회 참여 조건으로 다른 협회에서 요직을 맡은 PP를 제외한 것이다. 현재 콘텐츠발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PP는 사실상 IPTV의 거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IPTV가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 등에서 우위를 가져가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IPTV의 매출 대비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률은 2016년 기준 14.7%로, 케이블TV(24.5%), 위성방송(26.9%) 등 다른 유료방송 플랫폼보다 절반가량 낮아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대표성이 없는 PP만 위원회에 참여하는데, 어떤 상생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IPTV 재허가 담당 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IPTV협회의 콘텐츠발전위원회가 과기정통부에는 상생 실적이 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기업 간 동반 성장을 강조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실적에 목마른 과기정통부가 플랫폼사업자의 전횡을 방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 남용 등에 대한 직·간접적 피해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는 콘텐츠발전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등은 사업자 간 자율적인 협의에 의한 것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콘텐츠발전위원회는 IPTV와 PP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IPTV 3사의 사업권은 오는 9월 말로 만료된다. 통상적으로 만료 3개월 전인 6월 사업계획서가 접수되며, 8월 중 정부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9월 재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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