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리뷰] "영원한 건 없다"…애증·잘못된 신념의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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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18-07-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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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촘촘한 스토리 전개 위 무거운 메시지

  • 배우들의 1인 2역, 강렬한 넘버 돋보여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프레스콜의 한 장면. 민우혁(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이 극 중 앙리의 유지를 받들어 생명 창조를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노경조 기자]


옛말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다. 사람들은 잘못된 신념이나 그에 따른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위험한지 인지하고, 주의하며 한 치 앞을 모르는 삶을 산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불행히도 의지와 상관 없이 형성된 가정환경과 자라면서 보고, 듣고, 배우는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그릇된 유혹에 빠지곤 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앙리 뒤프레'가 그렇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빅터의 '생명 창조'에 대한 욕망은 주변인들을 힘들게 한다. 결과적으로 아무도 살리지 못한다. 그의 실험에 동참한 앙리는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괴물로 살아가게 된다. 누굴 탓하랴. 선택에 따른 대가가 혹독할 따름이다. 애증 관계인 이들은 서로를 할퀴다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음울한 스토리와 분위기에 무대는 줄곧 어둡다. 연회장을 묘사할 때 밝아지지만 잠깐 뿐이다. 서늘하게 파란 조명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연출은 어색하지 않다. 다만 '구구절절하다' 싶을 정도로 상세하고, 친절하다.

이런 가운데 괴물 역의 배우 박은태가 존재 이유에 대해 고뇌하고, 분노를 드러내는 장면은 더없이 처절했다. 빅터의 실험으로 인해 앙리에서 괴물로 되살아나 신음하며 몸을 가누는 장면도 그랬다. 초연, 재연을 거쳐 세 번째 무대에 오른 만큼 노래와 대사, 몸짓 모두 자연스러웠다. 또 배우 김대종은 집사 '룽게'로 분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반면 배우 이지혜가 연기한 '까뜨린느'는 아쉬움이 컸다. 중독성 넘치는 넘버인 '산다는 거'의 매력이 반감됐다. 극 중 까뜨린느는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얻기 위해 괴물을 배신하는, 짧은 등장에도 인상적인 배역이다. 이런 까뜨린느가 삶의 애환을 노래하는데 있어 그의 발성이나 표현이 부족한 듯했다.

한편, 잘못된 신념에서 비롯된 인물들의 관계는 애증으로 점철된다. 그리고는 '세상에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걸 보여준다. 심지어 고독과 괴로움, 이런 감정의 발단이 된 신념조차도 영원하지 않다.

이들은 그저 각자의 이상향을 좇는다. 귀결점은 '북극'이다. 배신하기 전 까뜨린느는 괴물에게 사람이 없는 북극으로 가자고 회유한다. 괴물과 빅터가 애증을 끊어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서의 북극은 고(故)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서 '중립국'으로 표현된 곳에 가깝게 느껴졌다. 광장의 반대 개념인 '밀실'로 볼 수도 있겠으나 애초에 혼자 갈 생각도, 혼자 가지도 않은 곳이기에. 북극에서 죽어가는 괴물이 "빅터"라고 부르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마지막 탄식을 내뱉는다.

국내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 중 하나인 '프랑켄슈타인'이 던지는 메시지는 이렇듯 무겁다. 배우들은 1인 2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최대한 잘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무대 위 배우들로부터 분주함이 느껴진다. 관객들은 "아까 그 배우가 이 배우야?"라며 놀라기 마련이다. 스토리와 딱 맞는 넘버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지난달 20일 막을 올린 '프랑켄슈타인'은 8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이 중 박은태는 이날 공연을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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