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을 빌려서 뻔뻔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자, 내가 얼마나 젊은지 보라고!' 또는 '어때. 이래 봬도 나는 최고급 옷 아니면 절대로 입지 않는다고!', 아니면 '자, 보라고. 나는 옷차림 따위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아! 옷이 주의를 끌면 안 되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131쪽>(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필로소픽)
몇 해 전 개봉한 영화 '킹스맨'을 보면 우아한 더블수트를 차려입은 주인공이 멋진 영국식 발음으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 makes man)'라고 말합니다. 이 대사는 화제를 모으며 유행어가 됐었죠. 그런데 더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더블수트였습니다. 당시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더블수트 매출이 40%나 늘어날 정도였습니다. 만약 주인공이 더블수트가 아닌 꽃무늬 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대사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옷은 자신을 표현하는 매우 중요한 도구입니다. 옷차림이 그 사람의 지위와 품격을 보여준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어서죠. 이에 값비싼 명품으로 자기 자신의 우아함을 과시하려는 사람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돈이 사람을 만든다(Money makes man)'라는 말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다만 비싼 명품이 언제나 제 값을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중에는 우아하다기보다 촌스럽게 느껴지는 사람이 더 눈에 띕니다. 명품을 시장에서 파는 싸구려로 만든 셈이죠. 옷의 힘을 빌려 억지스럽게 자신을 표현하려다 보니 어색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옷장을 열어보면 언제나 입을 만한 옷이 없습니다. 처음 샀을 때 만족스러웠던 것도 지금은 별다른 만족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죠. 그럴수록 더 비싼 명품을 찾게 됩니다. 우아해지기는커녕 점점 더 촌스러워지는 모습입니다. 그럴수록 마음의 가난함만 더욱 커집니다.
우아함은 어떤 옷을 입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입느냐가 문제입니다. 오늘도 가난하지만 우아해지는 방법을 고민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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