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4차산업혁명시대, SNS문화 남을 배려하는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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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조교수
입력 2018-07-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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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조교수]



몇일 전 아침, 가슴 먹먹한 소식이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전해졌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 대한 소식이었다. 종종 웃픈 우리 현실을 절묘하게 표현하던 그 였기에 고인의 사망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사실, 고인과 개인적 친분이 있거나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 본 적도 없다. 단지 SNS를 통해 종종 소식을 전해주던 사이였을 뿐이었음에도 하루 종일 고인과 관련된 이야기는 주변에 회자되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SNS를 통해 고인에 대한 예의 조차 지키지 못하는 글과 도를 넘어선 사진들을 접하면서 먹먹했던 마음은 어느덧 씁쓸함으로 바뀌었다.

올해 초 한 현직검사의 용기 있는 고발을 통해 시작된 우리나라의 ‘미투(#MeToo)’운동은 우리나라의 성범죄 관련 사법절차에 대한 불신 속에 SNS를 통한 해쉬태그 캠페인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과거 사실(fact)에 대한 결정권이 전문 언론인에 의해 맡겨졌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여론은 신문기사나 뉴스를 통해 제시된 내용을 기반으로 형성되었지만, 과거 권력자에 의한 언론 통제나 조작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이러한 여론 형성의 기반 자체를 변화시켰다.

문제는 이러한 여론 형성의 기반이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지난 칼럼에서 댓글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었다. 댓글과 함께 여론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가 공유글이다. 우리가 무심결에 누른 공유글은 사실과 다르거나 검증이 되지 않은 이야기일지라도 SNS를 거치며 마치 사실처럼 변한다. 공유를 하는 이들 조차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해당 글에 대해 ‘좋아요’나 ‘리트윗’을 하게 된다. 사실 인터넷이나 SNS 이용자들의 관심은 그 내용이 사실이기 때문보다는 글쓴이에게 동조를 하기 위한 ‘좋아요’를 통해 해당 글은 마치 사실처럼 퍼져 나간다.

이에 대한 문제는 이러한 개인의 사소한 일상, 이미지와 글을 기반으로 정보를 생성하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다양하고 복잡한 사실 즉, 데이터 속에서 비즈니스 가치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오래전부터 기업들은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알고 싶다. 이를 위해 많은 돈을 소비하지만 정작 고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던 중 컴퓨터 프로세서와 메모리, 저장장치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정보 저장 및 처리비용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원래 존재했지만 관리되지 않던 수 많은 데이터, 즉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등장하였다. 누구나 쉽게 자신의 관심사와 의견을 제공하는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별 의미없이 올린 일상생활, 공유한 내용, 검색한 키워드 등 하나하나 모두 데이터로 쌓이고 있으며, 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우리를 분석하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을 통해 기업이 수집, 이용하고 있는 개인정보의 양과 질은 바로 그 기업의 자산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의 행동패턴을 분석하여 마케팅에 활용하며, 신상품 개발 및 상품 추천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이 항상 정확하다고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형 유통기업인 타깃(Target)은 2002년 ‘임신 예측 모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임신부 의류와 신생아용 가구 등 임신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우편안내물(DM)을 당시 여고생에게 발송하여 큰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 여고생의 아버지는 고등학생에게 이러한 DM을 발송하였다고 타깃에 항의를 했지만, 며칠 뒤 그 학생은 실제 임신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업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기업 마케팅의 측면에서 자신과 전혀 관련 없는 광고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어느정도 연관성 있는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 상품의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타깃의 사례는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분석함으로써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타깃은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왔다. 개인의 입장에서 초기의 임신 등의 사실은 다른 이에게 알고 싶지 않은 프라이버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에는 이름과 나이 등 기본적인 정보 이외에 사진이나 휴대전화 번호, 출신학교 등의 정보를 공개해야 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SNS 이용자들은 자신의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정보까지도 서슴없이 공개하고 있다.

무심코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SNS는 개인정보는 물론 댓글과 공유글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특정인에 대한 비방까지도 서슴없이 폭로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모든 SNS 사용자가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인의 불행 속에 느끼는 은밀한 즐거움을 느낀다. 이러한 심리를 학술적으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는 독일어로 독일어 ‘샤덴(Schaden; 손실, 고통)’과 ‘프로이데(Freude; 환희, 기쁨)를 합친 말로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을 뜻하며, 우리로 보면 ‘쌤통이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심리가 SNS를 통한 소위 ‘카더라’ 통신과 괴담이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데이터와 관련된 유명한 말 중 GIGO(garbage in, garbage out) 즉, 쓰레기 데이터가 들어가면 쓰레기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다. 기업들이 빅데이터 분석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거나 예측 분석을 포기 할리 없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데이터의 활용이 나타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사생활은 특정인에 관한 공개되어서는 안되는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전파될 수 있으며, 기업에 의해 수집, 가공되는 개인정보에 관한 오용과 남용 역시 프라이버시 침해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된다. 기업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프라이버시의 관리에 대해 기업에 맡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스스로 지키는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

또한 남을 배려해 주는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 사이버공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상과 익명성 등의 문제를 미리 방지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공간임을 되새길 때 우리의 SNS는 악마적 본성에서 벗어나 선한 인간 본성을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SNS를 이용함에 있어 공감과 쌤통 중 어느 쪽에 무게를 실을 지는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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