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이 합병을 이용해 지배력 강화와 부당승계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은 상장법인이 합병이나 분할합병할 때 외부 전문평가기관에서 합병비율과 가액 등을 평가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재벌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회계법인이 유리한 평가를 하도록 해 논란이 돼 왔다.
실제 2015년 이뤄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때 합병비율을 재벌 총수일가에 유리하게 산정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 5월 무산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때도 마찬가지다.
개정안은 기업합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규정을 담은 공정거래법 제12조 제7항에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기업결합 가액,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관한 평가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합병비율 평가의 적정성을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가 협의·심사하고, 기업에는 적정성 결과를 통지받기 전까지 합병등기 또는 주식인수행위 등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번 법안에는 김광수·유성엽·윤영일·장병완·조배숙·황주홍 평화당 의원과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주현·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천정배 의원은 “삼성물산 합병으로 국민연금이 수천억대 피해를 보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수천억원 이익을 본 원인은 불공정한 합병비율에 대한 통제장치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객관적이고 정확한 합병비율 검증 장치를 마련해야 재벌 총수일가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와 부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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