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참여 확대 우려에 재계 반발
30일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영위원회는 '제한적 경영참여' 수준에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합의했다. 국민연금이 '임원 선·해임 주주제안'을 비롯한 자본시장법상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일부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애초 이달 26일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에서는 경영 참여를 배제하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이 거론됐다. 하지만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제기돼 결론을 이날로 미룬 것이다.
◆'주총 거수기' 오명 해소 기대도
재계가 반발하고 있지만, 주총 거수기라는 오명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앞으로 국민연금기금운용위는 의결만 거치면 투자 기업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임원에 대한 해임 건의안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부당지원행위로 총수일가를 도운 임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 국민연금이 해임 의결권을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막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주주로서 목소리를 못 냈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재벌 사주를 임원으로 재선임할 때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중립 의사를 밝히기 일쑤였다.
그러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계기로 국민연금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경영 참여 확대는 국민연금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데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경영 참여 범위를 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와 추가로 협의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지분 10% 넘는 곳 주목
국민연금이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사는 이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달 19일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는 106곳에 달한다. 1년 전 87곳보다 22% 가까이 늘었다.
앞으로 국민연금은 이런 기업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코스피에서 국민연금 지분이 많은 기업으로는 대림산업(14.45%)과 롯데정밀화학(13.63%), SBS(13.56%), 풍산(13.50%), 대상(13.50%), 아세아(13.50%)를 꼽을 수 있다. 호텔신라(12.70%)와 CJ제일제당(12.16%), 대한항공(11.50%), 네이버(10.33%), SK하이닉스(10.00%)도 국민연금이 10% 넘게 지분을 가진 곳이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곳도 있다. 포스코(10.82%)와 네이버, KT(10.21%)가 여기에 해당한다.
삼성전자(9.90%)와 현대차(8.02%)에 대한 지분율은 10%가 안 된다. 단,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어 주요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기금운용본부가 운용하는 기금은 올해 4월 말 현재 635조원을 기록했다. 2025년에는 10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는 여전히 과도한 경영간섭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민연금이 개별적인 경영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시장을 교란시키지 않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스튜어드십코드를 운영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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